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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현장속으로]평창 4년 전과 또 달라졌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07-03 14:14


◇김연아가 2일 첫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더반(남아공)=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8년 전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때는 평창을 알리는데 급급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들은 태백산맥에 푹 파묻힌 강원도 두메산골의 평창을 평양으로 혼동할 만큼 지명도가 낮았다. '눈물겨운 도전, 아름다운 실패'라는 평가를 이끌어 냈으나, 1% 부족했다.

4년 전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평창이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꺼내든 카드에는 'SOCHI(소치)'가 적혀 있었다. 순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의 '외교 파워'를 너무나 간과했다.

돌고 돌아 2일(이하 한국시각) 운명의 땅인 남아공 더반에 입성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6일 제123차 IOC 총회에서 결정된다. 세 번째이자,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 시작됐다. 더반에서 피부로 느낀 평창은 또 달라져 있었다.

젊어진 평창, 패기가 넘친다

왕년의 쇼트트랙 여왕 전이경 김소희와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연맹 부회장, 김나미 국제바이애슬론연맹 부회장 등이 그동안 평창의 간판이었다. 이들은 이번에도 현지에서 평창 유치를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보탠다. 스타는 많을 수록 좋다. 무늬가 달라졌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이 한국 동계스포츠의 지도를 바꿔놓았다. 한층 젊어졌다. 피겨스케이팅 김연아(21)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23) 모태범 이상화(이상 22) 등 신세대 사총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평창을 수놓고 있다. 패기가 넘친다. 이들이 등장하면 웃음꽃이 핀다. 신선한 열풍이다. IOC 위원들사이에서도 평창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동계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손색이 없다.

김연아는 설명이 필요없다. 경쟁도시인 독일 뮌헨의 얼굴이자 1984 사라예보, 1988년 캘러리에서 2회 연속을 올림픽을 제패한 카타리나 비트(46)와 견줄만큼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다. 1만m에서 우승한 이승훈은 기적으로 통한다.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장거리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럽의 눈에도 그는 신기한 존재다. 남여 500m에서 우승한 이상화와 모태범은 분위기메이커다.

김연아는 조양호 유치위원장과 함께 평창의 얼굴로 5일 내외신 기자회견에 참석한다. 4총사는 또 이날 더반 아이스링크에서 남아공 꿈나무들을 위한 '맞춤형 레슨'도 실시한다. IOC 위원들이 주목할 이벤트다.


"밴쿠버올림픽을 통해 쇼트트랙에 집중된 한국의 이미지를 벗었다", "빙속 3총사가 함께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김연아가 있다. 빙판 4총사가 힘을 뭉치겠다"…. 말도 풍성하다.

고위전략회의로 철저한 역할 분담

IOC 위원들을 마지막으로 설득하기 위한 역할분담도 명확하다. 채널이 열렸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재로 3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고위전략회의가 개최됐다.

정 장관을 비롯해 조 위원장, 박용성 대한체육회(KOC) 회장, 김진선 특임대사, 최문순 강원지사 등 주요 관계자 전원이 참석했다. IOC 위원들이 입국하기 전 각자 유치활동 내용을 보고하고 경쟁 후보도시들에 대한 정보도 공유했다. 막판 득표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어렵게 달려왔고, 모두가 흠집없이 잘해왔다. 앞으로 남은 3일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표를 수확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OC 위원들과 공식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이건희 위원과 문대성 선수위원은 물위에서 뛴다. 정부-재계-체육계가 합심해 평창 유치를 위해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드림프로그램의 수확

2일 특별한 인물이 깜짝 방문했다. 2005년 드림프로그램 수혜자인 타마라 제이콥스(18)가 김연아를 만나기 위해 유치위 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리버사이드호텔을 찾았다. 드림프로그램은 평창이 IOC에 제안한 동계스포츠 저변 확대발전을 위한 전세계 나눔 프로젝트다. 아프리카 등 눈이 없는 국가의 꿈나무들을 주로 초청했다. 2004년 시작돼 그동안 47개국 947명이 참가했다.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국가대표 선수를 12명 배출했다.

제이콥스는 13세 때 한국을 방문, 10여일간 드림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평창은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피겨스케이팅 남아공 대표로 성장해 7차례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제이콥스는 "김연아를 만나 영광이다. 2018년 동계올림픽은 꼭 평창에서 꼭 열렸으면 좋겠다.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 때는 남아공 피겨대표 선수들을 이끌고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녀의 동생인 첼시(9)도 평창과 언니의 피를 이어받아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김연아는 이날 프레젠테이션 리허설 후 더반에서 첫 인터뷰를 가졌다. 그녀는 "실감하지 못했는데 더반에 도착하니 긴장이 된다"며 "프레젠테이션을 잘 할 수 있을 까 걱정이 많지만 주변에서 잘 돌와줘서 잘 할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모두가 최선을 다한 만큼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며 웃었다. 김연아는 시선처리와 영어 발음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최종 프레젠테이션은 IOC위원들의 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 마지막 무대다. 투표 직전 독일 뮌헨-프랑스 안시-평창 순으로 열린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준비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더반(남아공)=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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