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탈구 고질병 딛고 태극낭자된 여자레슬링 원미희

원미희는 습관성 어깨 탈구라는 고질병에도 불구하고 여자 레슬링 주니어 대표로 선발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사진제공=건동대

습관성 어깨 탈구라는 레슬링 선수로에게 치명적인 고질을 달고도 태극마크를 손에 쥔 여자 선수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여자 레슬링 주니어대표팀 자유형 72㎏이하급의 원미희(건동대)다. 원미희는 최근 끝난 주니어대표 선발전에서 체급 우승을 차지해 다음달 20일부터 루마니아에서 열리는 세계 주니어선수권에 나서게 됐다. 올해 창단된 건동대 레슬링팀 소속으로 바늘구멍같은 대표선발전을 통과한 것 자체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건동대는 원미희 뿐만 아니라 임경선(56㎏), 신현진(67㎏)까지 총 3명의 여자 주니어 대표를 배출해냈다. 한 학교에서 3명이 동시에 주니어 대표로 선발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원미희가 레슬링을 시작한 것은 용동중 2학년때. 선생님의 눈에 띄어 레슬링부 입단 제의를 받았다. 부모는 '여자가 무슨 레슬링이냐'고 극구 반대했지만, '열심히만 하면 대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속에 6개월여를 졸라 결국 승낙을 받아냈다.

기술을 빨리 익히면서 훈련도 점점 재미가 붙었다. 하지만, 시련은 금방 찾아왔다. 1년여 흘렀을 즈음 습관성 어깨 탈구 진단을 받았다. 이후 훈련과 경기 중 부상이 잦아졌다. 주심에게 양해를 구하고 응급처치를 받은 뒤 다시 경기를 해 승리한 경우도 있다. 원미희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운동이니 참고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피나는 노력의 열매는 달았다. 계명고 재학 시절 각종 전국대회를 휩쓸며 차세대 기대주로 성장했다. 부상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금메달과 상패를 약으로 삼았다. 공부도 전교 5등 이내 성적을 냈다.

입상경력과 학업성적 탓에 한체대 같은 명문팀에 스카우트될 법도 했는데 행선지는 신생팀 건동대였다. 이에 대해 원미희는 "정진혁 감독과 오랜 인연이 계기가 됐다. 유명한 팀은 아니었지만,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결정 배경을 밝혔다.

결국 원미희는 어릴 적 목표였던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다. 세계 대회에 대한 두려움은 떨칠 수 없지만, 지금껏 해온 것처럼 부딪칠 생각이다. 그는 "힘들겠지만 노력하면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