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金 후보' 코로나 확진…"정은경 질병청장님,올림픽X패럴림픽 국대 백신접종이 시급합니다"[도쿄올림픽D-100]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 회의 비대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FP연합뉴스/스포츠조선 DB

14일 도쿄올림픽(2021년 7월 23일~8월 8일)이 100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가운데 '세계랭킹 1위' 대한민국 대표 펜싱 에이스 오상욱(25·성남시청)이 입원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오상욱은 지난달 1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펜싱월드컵에서 '올림픽 챔피언'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도쿄올림픽 금메달 후보의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금의환향 직후 뜻밖의 코로나 악재를 맞닥뜨렸다. 귀가 직후 '무증상'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것. 해당 대회에선 일본, 유럽 다수의 선수들이 코로나에 확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대한체육회가 기획한 '도쿄올림픽 D-100, 미디어데이' 행사에 선수 대표로 나서기로 한 오상욱은 현재 진천선수촌에 없다. 대한펜싱협회에 따르면 13일 음성 판정을 받은 후 퇴원해 자택에서 휴식중이다.

세계랭킹 1위, 국가대표 선수가 올림픽을 준비해야할 중차대한 시기에 코로나와 싸우고 있다. 도쿄올림픽 꿈 하나로 4년을 기다리며, 매순간 분투중인 태극전사들이 코로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급하다는 위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확인 결과, 올림픽, 패럴림픽 출전 국가대표 선수들의 접종 리스트는 이미 방역당국에 제출됐다. 4월 중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올림픽 100일 전까지도 접종 계획은 감감무소식이다.

당초 전원 아스트라제네카(AZ)를 주사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젊은 층에 대한 '혈전증'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며 질병관리청은 AZ를 만30세 이상에게만 접종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1992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30세 미만)가 접종대상에서 제외됐다. 올림픽 대표 다수가 만30세 미만이지만 30대 베테랑 선수들도 상당수다. 패럴림픽 국가대표의 경우 대다수가 30대 이상이다.

현장에선 나이대를 떠나 국가대표 전원에 대한 '화이자' 접종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AZ와 화이자 모두 2회 접종 원칙이지만 AZ는 8~12주로 접종주기가 길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3주(21일) 후 2차 접종으로 접종 간격이 훨씬 짧다. AZ의 경우 5월 1차 접종이 시작될 경우 7월 대회가 임박해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가뜩이나 늦어진 접종시기를 최대한 단축해 올림픽, 패럴림픽 준비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선 국가대표 선수 전원에게 조속히 화이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화이자의 경우 2월 27일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에게 우선 접종이 시작됐고, 만75세 이상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접종을 진행중이다. 올림픽,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들도 하루 속히 우선접종군에 포함시켜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 지난 4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몸 상태가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운동선수들인 만큼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발열, 두통, 근육통, 컨디션 난조 등 부작용을 감안, 신속히 접종을 시행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난 2014년 리우월드컵 당시 남자축구대표팀이 황열병 예방접종 지연으로 현장에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접종도 시급하다.

지난 2일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고3 학생과 담임교사에 대한 2분기(4∼6월) 내 우선접종계획을 밝힌 바 있다. "75세 이상 어르신용 화이자 잔여 물량으로 충분히 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교사, 항공 승무원과 사회필수 인력에 대한 2분기 주요 접종계획도 수립된 가운데 올림픽, 패럴림픽 국가대표들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4년간 일생일대의 올림픽, 패럴림픽 꿈을 위해 구슬땀을 흘려온 국가대표들에 대해서도 '고3'과 동일한 '우선접종'의 잣대가 적용돼야 합당하다.

도쿄 하늘에 태극기를 올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사기를 먹고 달리는 현장 체육인들의 소외감이 깊다. 3년전 평창올림픽, 패럴림픽 성공을 이끈 국가대표 선수들을 향한 뜨거운 관심과 애정은 어디로 갔을까. 한 체육인은 "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을 하면서 위에서 올림픽 자체에 관심이 없는데, 선수들 백신 문제에 관심이나 있겠느냐"는 직설화법으로 서운함을 토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도쿄2020'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을 묻는 질문에 "AZ 접종 기준이 수정되면서 현재 질병관리청과 긴밀히 협의중이다.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 사기를 위해 신속한 접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신치용 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은 "'100일 정성'이라는 말이 있다. 도쿄올림픽을 100일 앞두고 정말 중요한 시기다. 승부는 지금부턴데 여러 면에서 방향을 못잡아 어수선하다"며 아쉬움을 에둘러 전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백신 접종과 관련해 선수들의 불안감도 크다. 한국 선수들은 서양 선수들에 비해 신체적 불리함이 있기 때문에 경기를 통한 실전 훈련이 정말 중요하다. 백신 접종이 조속히 이뤄져 해외 대회 출전 및 전지훈련을 마음놓고 할 수 있는 환경, 오직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