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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종료 후 류 감독님께 퇴단 의사를 전해드렸는데 그때 감독님은 왜 그만두냐고 화내셨어요. 계속 같이 하자고. 고마운 말이었습니다."
"한국의 젊은 선수들은 코치가 지시하면 무조건 믿고 그대로 합니다. 우리를 신뢰해 주는 것은 고마운데, 만약 잘못된 것을 전하면 큰 실수로 연결됩니다. 언어 문제도 있고 말의 표현에 대해서도 매우 신경을 썼습니다."
세리자와 코치의 책임감은 지난해에는 이지영, 올해는 이흥련 등 경험이 많지 않은 포수들을 만나면서 더욱 커졌다. "투수의 공이 포수가 요구한 코스에 오지 않아 안타를 맞아도 비난은 젊은 포수를 향하게 되죠. 볼배합은 단순한 결과에 앞서 우리끼리만 아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세리자와 코치는 그렇게 해서 항상 이지영과 이흥련을 지켰다. 그런 세리자와 코치에 대해 이지영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실패하더라도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셨어요. 포기하지 말자는 얘기도요. 세리자와 코치는 항상 저를 믿어 주셨어요."
세리자와 코치는 베테랑 포수와 관련해 고민한 시기도 있었다. SK에서는 박경완(현 SK 육성총괄), 삼성에서는 진갑용이 그런 선수였다. 사실 세리자와 코치는 현역 시절 1군 출전 경험이 없다. 박경완과 진갑용 입장에서 보면 세리자와 코치의 능력에 대해 의심을 가질 수도 있다.
세리자와 코치가 삼성 이적 첫 해였던 2012년 스프링캠프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진갑용은 여러 질문을 해요. 질문의 정답을 알고 있는데 일부러 물어보는 거에요. 제가 어느 정도 야구를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런데 그런 일은 박경완과 처음에 만났을 때도 있었어요.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눈 시기를 통해서 신뢰가 쌓인 것 같아요."
세리자와 코치는 외국인 특유의 책임감도 있었다. "제가 코치직을 맡는 바람에 다른 구단으로 옮기거나 보직이 바뀐 코치들도 있었어요. 그걸 생각하면 잘 해야겠다고 느낍니다." 성적이 좋은 팀에 있었음에도 스트레스가 쌓여 피부 습진이 생기거나 몸이 안 좋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럴 때면 통역을 통해 집에 죽을 배달시켜 보약삼아 먹고 기운을 차리기도 했단다.
6년 만에 일본 프로야구에 복귀하는 세리자와 코치. 하지만 또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삼성 시절과 마찬가지로 야쿠르트의 코칭스태프는 저를 제외하고 전부(17명) 선수 시절 야쿠르트에서 뛰었던 사람들입니다. 외부에서 온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크게 느껴지네요."
지난달 11일 한국시리즈 6차전서 우승이 확정된 후 세리자와 코치는 생애 처음으로 삼성 포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다. "강자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삼성은 내년에도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겁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한국에서 좋은 결과와 신뢰를 얻은 세리자와 코치. 새로운 환경에서도 한국 시절처럼 충실한 날들을 보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