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데스티니 가디언즈', 국내에서 인기 모을까?
액티비전블리자드가 퍼블리싱을 맡고 있어 한국에선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코리아가 유통을 담당하게 됐다. 블리자드가 개발한 게임만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인 '배틀넷'을 통해 선보인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로운 상황인데다, MMOFPS(다중접속 1인칭 슈팅게임)가 국내에선 비교적 마이너한 장르이기에 과연 글로벌 인기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배틀넷,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
'데스티니'는 지난 2014년 처음으로 출시된 이후 3년만인 2017년 '데스티니2'가 선보일만큼 인기리에 서비스 되고 있다. SF 세계를 배경으로 FPS는 물론 RPG(역할수행게임)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PS4와 X박스원 등 이미 콘솔게임으로 출시가 된 가운데, 한글화가 된 PC 버전이 블리자드 코리아를 통해 9월 한국 유저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데스티니 가디언즈'에서 유저들은 인류를 지키도록 선택받은 '수호자'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광대한 목적지를 탐험하며 영화같은 스토리 캠페인을 수행하거나, 공격전 임무 등 다양한 협동전 모드에 합류할 수 있다. 또 퀘스트, 모험과 순찰 등의 모드를 즐길 수 있고 '사라진 구역'과 '보물 상자'를 찾거나 다른 유저들과 힘을 합쳐 공개 이벤트, 영웅 이벤트 등에 참가해 실력을 겨룰 수 있다. 한국 유저들이 좋아하는 PvP 멀티플레이어 경기인 '시련의 장'도 마련돼 있다.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한국 출시에 맞춰 최신 확장팩 '포세이큰'도 탑재된다. 여기에는 새로운 탐험 목적지 두 곳과 새로운 무기, 방어구 및 궁극기가 추가된다. 또 새로운 경쟁전 및 협동전이라 할 수 있는 '갬빗(Gambit)' 모드도 선보인다. 처음 선보이는 새로운 모드로, PvE와 PvP 두 가지를 합해 대격전을 벌이는 혼합형 4대4 모드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와 같은 단체전 형식의 모드로, 향후 e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선 에센셜 컬렉션(4만5000원)과 컴플리트 컬렉션(8만5000원) 등 2가지 디지털 다운로드 형태로 출시된다. 이 가운데 컴플리트 컬렉션의 경우 향후 출시될 3가지 프리미엄 콘텐츠(2018년 겨울, 2019년 봄, 2019년 여름 출시 예상)가 제공된다. 또 한국 유저를 위해 PC방에서 즐길 경우 경험치 25% 부스트로 빠른 레벨업이 가능하며 '에버버스 현상금'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고, 게임 내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게임 내 화폐인 '광휘 가루'도 더 쉽게 모을 수 있는 특전을 준다.
한편 블리자드는 그동안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워크래프트' 시리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 '오버워치' 등 직접 개발한 게임만을 배틀넷에서 서비스를 했다. 엄청난 유저가 모인 경쟁력 있는 플랫폼임에도 불구, 굳이 다른 게임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이는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CEO의 고집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데스티니 가디언즈'가 사실상 외부 개발사 가운데 처음으로 배틀넷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다. 콘솔 패키지 게임이 좀처럼 팔리지 않는 한국 시장이라는 것을 감안한 조치이지만, 그만큼 기존 자사의 게임 수준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는데다 밸브의 글로벌 게임마켓 플랫폼인 '스팀'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향후 배틀넷을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시험해보는 잣대라는 측면에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인기 장르로 부상할까?
국내에선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 등 FPS게임이 10여년 전부터 큰 인기를 모아왔지만 대부분 5대5 PvP 결투에 국한된 콘텐츠였다. 대규모 유저들이 동시에 접속해서 즐기는 게임 장르로 가장 인기를 모은 것은 RPG였지, FPS게임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배틀그라운드' 열풍에 아직 국내 정식 서비스도 시작하지 않은 '포트나이트'도 인기를 모을 정도로 다중접속 FPS게임이 한국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확신이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한국어 버전 정식 출시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유저들에게 그닥 호응을 얻지 못하는 SF 소재가 얼만큼 통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번지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계열사로 편입돼 '헤일로' 시리즈를 만들었던 세계적인 개발사로 국내에도 많은 팬층을 보유한 것을 감안하면 경쟁력은 상당하다.
한국을 내방한 번지의 제리 후크 글로벌라이제이션 프로젝트 총괄은 "전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유저들에게 게임을 선보일 수 있어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온라인게임에선 PC방이 가장 중요한 채널 가운데 하나인 것처럼 특수한 환경이다. 이미 여러 게임을 성공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블리자드 코리아의 노하우를 잘 살리고, 유저들과 빠르게 교류할 수 있도록 배틀넷을 통해 서비스하는 것은 자연스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헤일로' 시리즈 개발부터 참여하고 있는 번지의 시 카이 왕 아트디렉터는 "번지는 '30초에 재미를 줘야한다'는 개발 철학을 처음부터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이런 신념으로 많은 유저들과 함께 언제든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샌드박스형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한국 팬들이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갬빗' 모드에 대해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성공한 e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것도 있지만 어쨌든 경쟁적인 PvE를 만들고 발전시키고 싶었다. 여기에 한국 유저들이 좋아하는 PvP 요소도 많이 있다. 계속 진화하는 게임이기에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유저들의 몫이지만, 충분히 e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리 후크 총괄은 "'오버워치'를 블리자드가 서비스하고 있지만, 분명 다른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블리자드가 '오버워치'를 성공시킨 것처럼 '데스티니 가디언즈'도 훌륭하게 서비스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PC방 점유율이라는 목표치가 확실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놀랄만'(awesome)한 수치를 기록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