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이제훈(33)이 "처절했던 박열을 연기하기 위해 탄수화물 단식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데뷔 시절부터 탄탄대로 꽃길을 걷던 이제훈. 그가 '박열'을 통해 역대급 변신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극 중 이제훈은 일본 한복판에서 남루한 생활을 하지만 조선인을 조롱하는 일본인에게 칼을 휘두르는 등 기세만은 당당했던, 말 안 듣는 조선인 중 가장 말 안 듣는 조선인 박열을 소화했다. 간토대지진의 혼란을 틈타 자행된 무차별적인 조선인 학살 문제를 무마시킬 희생양으로 지목돼 검거되지만 그는 오히려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하면서 조선인 학살 문제를 전 세계에 폭로하는 영웅을 완벽히 표현해 감탄을 자아낸다.
실존인물인 박열을 소화하고 인물의 신념까지 표현하기 위해 박열 일대기를 세세하게 공부하고 익힌 것은 물론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투영하기 위해 외모를 변신하고 일본어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열정을 보인 이제훈. 불량기 가득한, 뜨거운 피를 가진 청년 박열이 된 그는 광기의 열연으로 '박열'을 가득 채웠다.
이날 이제훈은 박열이란 인물을 소화하기 위해 다른 작품과 달리 극한의 예민함에 빠져있었다는 후문. 탄수화물을 거부하며 다이어트 아닌 다이어트를 혹독하게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제훈은 "'박열' 프로덕션 과정이 한달 반이었는데 근 한달간 쌀을 쳐다보지 않았다. 밥차가 괴로울 정도였다. 사실 나는 현장 밥차가 항상 기다려지고 행복한 배우 중 하나다. 촬영을 하다가도 밥 짓는 향기를 맡으면 잔? 기대하곤 하는데 그걸 거부해야 하는 게 가장 괴롭더라. 한 달간 밥을 먹지 않으면서 점점 쾡해지는 내 모습을 보고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내 얼굴이 움푹 들어가는걸 처음 봤다. 스스로 봐도 불쌍하더라"고 에피소드를 밝혔다.
그는 "주변에서는 '충분히 말랐으니 괜찮다'고 하는데 내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내 결심을 끝까지 지켜나가고 싶었고 정당성을 가지고 나가고 싶었다. 그 인물에 충분히 젖어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끝까지 가까이 가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그것이라도 하면서 뭔가를 도달하고 그 삶을 전달하고 싶은게 컸다. 다이어트를 통해 6kg 정도 감량했다. 초반에는 어느 정도 크게 먹지 않으면서 적당히 유지해나가자라는 생각이었는데 찍으면 찍을 수록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빠져 탄수화물 단식을 선택하게 됐다. 지금은 전보다 아주 많이 돌아온 상태다"고 웃었다.
'박열' 촬영 내내 예민해지고 싶었다는 이제훈. 그는 "액션 신에 있어 늘 조심하는 편인데 이번엔 나를 무자비하게 밟아달라고 했다. 이준익 감독에게도 '잘 맞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맞는거 잘해요'라면서 때려달라고 했고 그래서 초반부터 굉장히 밟혔다. 초반부터 맞고 시작했는데 다들 걱정했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팀을 안심시켰다. 사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아프더라. 박열이 단식하는 장면을 찍는 것도 시나리오 상에는 간수가 억지로 밥을 먹인다는 정도만 나와있는데 내가 숟가락으로 밥을 먹이는 것보다 손으로 밥을 내 목구멍에 밀어 넣어달라고 했다. 그 장면은 특히 과격했기 때문에 시물레이션을 여러번 하기도 했다. 또 간수에게 볼귀짝을 맞는 신이 있는데 잘못 맞아 귀쪽이 강타당하기도 했다. 이명이 들렸는데 정말 아찔하더라"고 밝혔다.
한편 '박열'은 1923년 도쿄,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권율, 민진웅 등이 가세했고 '동주' '사도'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8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