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제약회사인 일양약품이 오너 일가를 위해 '꼼수 경영'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양약품이 바로 일양바이오팜을 통해 정도언 회장의 두 아들을 밀어주려고 했다가 실패, 결과적으로 일약약품에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것이 네비스탁의 분석이다. 코스피시장의 상장사인 일양약품은 소액주주 비율이 66%에 달한다.
창업 3세 위해 일양바이오팜 설립?
일양약품은 지난 2009년 9월 자본금 5000만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인 일양바이오팜을 설립했다. 일양약품은 이어 1개월 뒤인 그해 10월 6일 일양바이오팜에 84억5000만원을 대여했다.
일양바이오팜은 2009년 10월7일 일양약품 대여금과 금융권 차입금 30억원 등을 보태 110억원에 한국아벡스제약과 사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아벡스제약이 만들던 제품과 생산설비를 인수한 것.
일양바이오팜이 한국아벡스제약과의 양수도 계약을 통해 취득한 순자산은 약 47억원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63억원은 영업권에 대한 대가였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기업인수·합병(M&A)으로 평가됐다. 한국아벡스제약은 2009년 중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 재평가 자료 미제출 등의 사유로 3개 품목에 대해 판매업무 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은 것을 비롯, 일부 품목은 2010년 8월1일자로 의료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부실이 내재돼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일양바이오팜은 2010년 56억원 적자, 2011년 1억원 적자, 2012년 46억원 적자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양바이오팜의 운영과는 별도로 지분변동도 발생했다. 2010년 9월말 나온 이 회사 반기보고서에는 일양바이오팜은 일약약품의 100% 자회사로 표기돼 있다. 그런데 그 다음 분기인 2010년 12월말 기준 3분기 보고서에는 일양바이오팜의 지분 45%를 일양약품의 계열사인 킨테크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변경됐다. 나머지 55%는 정도언 회장의 차남인 희성씨 외 3인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었다. 오너 일가가 55%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바뀐 것이다. 현재 일양바이오팜의 등기이사는 총 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중 2명이 정도언 회장의 두 아들인 정유성 상무와 희석씨다. 희석씨는 일양바이오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일양약품은 일양바이오팜의 지분 매각 사유 및 매각 상대 등에 대해 전혀 외부로 공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사회 기록에도 남기지 않았다. 소리 소문 없이 오너 일가에게 지분을 매각한 셈이다.
일양약품은 오너 일가에게 일양바이오팜을 넘긴 뒤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4년 6월말 기준 일양바이오팜에 대한 일양약품의 채권 규모는 약 144억원에 달했다. 일양바이오팜 설립 당시 대여해 준 84억5000여만원을 감안했을 때 이후로도 꾸준히 자금지원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
일양바이오팜에 대한 지원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일양바이오팜의 실적이 좀처럼 개산되지 못하고 손실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일양바이오팜은 2013년 5억원, 2014년에는 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나 재무제표는 이미 한계상황으로 내몰려 있었다.
2013년말 기준으로 일양바이오팜의 총 자산은 79억원에 부채는 191억원이었고, 누적 결손금이 11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오너 일가 수세에 몰리자 다시 지원군 역할
그런데 2014년 9월 일양약품은 돌연 일양바이오팜을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일양바이오팜에 대여한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을 통해서였다. 일양약품이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일양바이오팜의 지분을 사들이고 대여금을 출자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네비스탁은 추정했다.
만약 일양바이오팜의 사업이 잘 되었다면 오너 일가에게 막대한 부 창출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이 여의치 않게 돼 오너 일가가 불리한 입장에 놓이자 일양약품이 지분구조 변경을 통해 그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은 꼴이다. 전적으로 일양약품에 불리하고 오너 일가에게 유리한 게임이 진행되었다는 분석.
네비스탁 관계자는 "일양약품이 오너 일가를 밀어주기 위해 일양바이오팜을 설립했다가 결국 일양약품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게 됐다"며 일양약품의 '꼼수 경영'을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일양약품 측은 본지의 수차례 입장표명 요청에도 특별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