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11년 탁구대표 상비군 선발전에 배우 하지원(왼쪽)이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와 나란히 앉았다. 하지원은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남북 단일팀을 다룬 영화 '코리아'에서 현정화 역을 맡아 현 전무로부터 1대1 탁구 지도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길라임' 하지원이 10일 탁구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전이 열리는 충북 제천체육관에 나타났다.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마사회 감독)와 나란히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1991년 일본 지바세계탁구선수권에서 단일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낸 남북한 에이스 현정화(오른쪽)-이분희. 스포츠조선 DB
영화배우 하지원이 탁구 경기장을 찾은 까닭은 차기작인 탁구영화 '코리아'(가제) 때문이다. 지난 1월 '탁구인의 밤' 행사에서 '코리아'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1991년 일본 지바세계탁구선수권에서 현정화, 이분희, 유순복, 홍차옥이 뭉친 남북 단일팀이 덩야핑의 중국을 꺾고 여자단체전 우승을 이루던 그날의 감동을 재현한 티저 예고편이었다. 대한민국 스포츠에 길이 남을 역사의 현장에 섰던 현 전무,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도 스크린에 비친 20년 전 자신의 모습을 뭉클하게 바라봤다.
하지원은 주인공인 '현정화' 역할을 맡았다. SBS 인기드라마 '시크릿가든' 종영 직후인 2월부터 탁구라켓을 잡았다. '시크릿가든'의 '스턴트우먼 길라임'이 탁구선수로 변신했다. 탁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1대1 지도는 절대적이다. 현 전무가 직접 하지원의 1대1 코치로 나섰다. 현 전무는 물론 유 감독, 강희찬 여자대표팀 감독, 선수 출신인 김분식 탁구협회 과장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협회가 제공한 경기도 안양 농심 삼다수 체육관에서 일주일에 6일, 하루 4~5시간씩 구슬땀을 흘린다. 하지원은 "액션과는 또다른 분야라 긴장이 많이 된다. 기초부터 하나씩 배워나가는 단계라 매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현 전무는 '탁구선수' 하지원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따라하는 성실한 배우"라고 칭찬하면서 "탁구는 2~3개월 만에 익히기 힘든 운동이다. 실제 기량보다는 공을 주고받는 모습이 진짜 선수처럼 보일 수 있도록 자세, 동작 교정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제천 현장 체험 역시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실전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 이뤄졌다. 대역 혹은 카메오 출연이 유력한 현 전무는 "첫 탁구영화인 만큼 탁구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를 그린 영화인데 우리가 아니면 누가 도와드리겠느냐"는 말로 영화를 향한 애정을 표했다. "특히 '코리아'라는 컨셉트가 와닿았다. 남북단일팀이라는 소재가 주는 특별한 상징성, 그 시절 젊은이들의 느낌을 알리고 싶었다. 정치성을 배제한 채 스포츠만큼 순수하게 우리를 화합하게 하는 것은 없지 않나. 통일의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며 협회 차원의 지원 배경을 밝혔다.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실화로 '우생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비인기 종목 스키점프 대표팀을 조명한 영화 '국가대표'
그동안 스포츠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잇단 성공을 거둬왔다. 갱 없는 드라마와 인간승리의 감동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실화로 '우생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비인기 종목 스키점프 대표팀을 조명한 '국가대표', 청각장애인 고교 야구단의 실화를 그린 '글러브'는 감동과 대박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404만 명을 동원하며 2008년 한국영화 흥행 5위, '국가대표'는 839만명을 동원하며 2009년 전체 영화 흥행 2위를 기록했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해당 종목과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급상승하면서 스포츠와 영화의 '행복한 크로스오버'를 이끌었다. 올해를 '대한민국 탁구 르네상스의 해'로 선포한 탁구협회에게 '코리아'는 가장 뜨거웠던 시절의 기억이자, 국민 스포츠 탁구의 부활을 이끌 좋은 기회다. 하지원과 현정화가 함께하는 영화 '코리아'는 4월 크랭크인, 9월 추석 개봉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