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이웃의 고통도 생각해야 MBC'신장개업'
기사입력 2000년 04월 18일 14시 43분
요즘 TV는 바쁘다. 교양과 정보, 웃음과 감동을 실어나르는 걸 넘어 때로 산타클로스로 분장까지 해야 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 MBC TV의 연중기획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등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방송사들이 `TV는 공기(公器)'라고 목에 힘주어 말할수 있게 하는 훌륭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산타클로스의 `변형'들 중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프로그램도 없지 않다. 최근 방영을 마친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신장개업'이나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목표달성 토요일'의 `꼴찌 탈출' 코너가 그렇다.
장사 안 되는 사람들에게 인테리어 개선 비법 전수 등으로 힘을 주는 것이나, 꼴찌들을 모아놓고 격려해 성적을 올리자는 것이나, 좋은 의도임은 분명하다. 이들이 성공하면 시청자들도 흐뭇하고, 재미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겐 이런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비칠까. 새롭게 `신장개업해 잘 되는 집'에 손님을 빼앗겨 한숨을 쉬는 옆 가게 사람들이나, `꼴찌'들이 성적이 오르는 바람에 대신 `꼴찌'가 된 학생들에게도 이런 프로그램이 재미있을까.
TV가 모든 사람에게 선물을 줄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왜 다른 사람이 아닌 이 사람이' TV의 막대한 혜택을 입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설명할수 있어야 한다. 그로 인해 불이익을 겪는 사람이 납득할 수 있으려면 말이다.
[송원섭 기자 fiveca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