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남자] 도약 (6)

기사입력 2000년 04월 18일 14시 43분


"어떻게된 일이야?"

눈을 둥그렇게 뜬 조재철이 이대진을 바라보았다. 사무실로 돌아온 이대진은 금방 조재철에게 불려간 것이다.

"수출부 특수팀이 국내 영업부 일을 맡다니. 너, 또 무슨 장난쳤어?"

"왜 이러시는 거요?"

이맛살을 찌푸린 이대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일은 꼭 그렇게 색안경을 끼고 보실거요?"

"백실장한테서 오더를 받았다면서? 이런 경천동지할 일이 있나?"

말은 느긋하게 하면서도 조재철은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않고 이대진을 탐색했다.

"바른대로 대. 어떤 내막이야?"

"맞습니다. 백실장한테서 오더를 받았습니다. 경찰청 전자장비 납품건에 붙어 보라고 하더군요."

"내 말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느냐는 거야. 경찰청이 아니라 FBI 오더라도 상관없어."

"글쎄요. 갑자기 부르더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 동기를 말 안할거야?"

조재철이 눈을 흡떴을 때 이대진은 의자에 등을 붙였다. 백실장과 의형제를 맺었다는 말을 꺼냈다가는 조재철은 물론이고 팀장 20명이 파리떼처럼 꼬일 테지만 곧 소외될 것이었다. 정보가 차단되는 것은 물론이고 뒤에서 씹힌다.

"차대리는 아무래도 백실장이 우리를 죽이려고 그 일을 맡긴 것 같다고 하던데요."

이대진이 정색한 얼굴로 조재철을 보았다.

"7팀 박과장은 이번 오더가 가능성이 없다고 했습니다. 명진전자가 이미 손을 다 써 놓았다는 겁니다."

"그럼 너를 궁지에 밀어 넣었다는 말인가? 안되면 치려고?"

"나도 그렇게 밖에 생각이 안돼요."

"그것 참."

그제서야 조재철이 의자에 등을 붙이더니 시선이 부드러워졌다.

"백실장도 지독하군 그래. 널 끝까지 몰아 붙인다는 건가?"

"해봐야지. 별 수 있습니까?"

"내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말해."

"접대비 할당량을 늘려 주십시오. 예산을 다 썼습니다."

"그건 안돼."

금방 눈이 세모꼴이 된 조재철이 몸까지 뒤로 젖혔다.

"다른 팀도 부족한 상황이야. 너한테 떼어준다면 아마 칼을 들고 덤빌지도 모른다. 잘 아는 사람이 왜 이래?"

"젠장."

어깨를 늘어뜨린 이대진이 길게 숨을 뱉았다.

"이거 사면초가로군."

"내가 술을 한잔 사주지."

"아 됐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이대진이 책상으로 돌아왔을 때 정현희가 다가와 섰다.

"명진전자의 S팀장 김정태는 회사에서 날리는 사람이던데요."

정색한 정현희가 이대진을 바라보았다.

"그쪽도 팀별 체제인데 3년 동안 계속 1위팀이었어요. 내년에 부장으로 진급한다는 소문입니다."

"가족관계는?"

"서른 한살 아직 미혼입니다."

정현희의 시선이 은근해졌다.

"보스하고 같아요. 재미있지 않아요?"

"말 맞추지 마. 그놈은 일류 출신이지?"

"그건 그래요."

"나처럼 코너에 몰린 상황도 아니겠고."

"사장의 신임을 받고 있던데요."

이대진이 머리를 끄덕이자 정현희가 책상으로 바짝 몸을 붙였다.

"괜찮겠어요? 차대리는 백실장이 우리를 죽이려고 이 일을 맡겼다던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