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3일'서 살아난 여인
기사입력 2000년 04월 18일 14시 43분
미국 텍사스주 황야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교통사고를 당해 등뼈와 갈비뼈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채 도로 아래의 도랑에 누워 3일 낮과 밤을 홀로 악전고투하다가 구조된 가정주부의 이야기가 뒤늦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금년 36세의 가정주부 글로리아 매 윌리암스 여사는 하반신이 마비된 채 도로변 도랑에 갇혀 벌레들의 공격과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의식이 가물가물해질 무렵에는 말똥가리 독수리들이 공격을 해왔다.
세자녀의 엄마인 윌리암스 여사는 사랑하는 자녀들의 모습을 그리며 "오 하느님 맙소사. 이젠 산채로 먹히게 생겼어"라고 중얼거리며 절망했다.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윌리암스의 여사의 고난은 지난 4월 초 어느날 오후 시작됐다. 그녀는 홀로 승용차를 몰고 텍사스주 플라토니아에 있는 자택으로 달려가는 도중이었다.
"나는 앞서 가던 대형 트럭을 추월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트럭이 내가 달리던 차선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피하려다 중심을 잃었고 내 차는 고속도로 중앙분리선을 가로 질러 도로의 반대편 아래에 있는 도랑에 쳐박혔어요."
그녀는 자신의 승용차가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허겁지겁 차에서 뛰쳐나오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신의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상반신만 움직여 필사적으로 차에서 기어나와 땅으로 떨어졌다.
"차에서 떨어진 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3일 낮과 밤을 그곳에 누워 있었습니다."
윌리암스 여사는 자신의 귀한 자식들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도와달라고 소리를 쳤다. 자신의 절망적인 외침을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운전자들이 들어주길 기원했지만 도로변의 나무들과 덤불이 자신과 사고차량을 가려 고속도로에서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의 악몽이 시작됐다. 그녀는 밤보다 낮이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늘도 없고 물이나 식량도 없는데 내리쬐는 햇볕에 팔과 다리에 3도 화상을 입을 정도였다.
"신장의 기능이 정지되자 온몸이 부어오르기 시작했어요. 온몸이 아파왔고 어지러웠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살려달라고 기도하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밤에는 근처의 숲에서 어슬렁거리는 짐승들의 소리에 잠들지 않으려 전력을 다했고, 낮에는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온몸으로 달려드는 벌레들을 피하느라 필사적으로 상반신을 위로 쳐들다가 잠들기도 했다.
3일째 되는 날 잠에서 깨어난 그는 무시무시한 광경을 목격했다. 보기에도 끔찍한 큰 말똥가리 네마리가 자신의 머리 위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극도의 공포감에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심신이 지친 그녀가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다시 눈을 뜨니 말똥가리 한마리가 땅에 앉아 그녀의 무릎 위의 살을 쪼아대는 것이었다.
"그 때가 바로 내가 산채로 말똥가리한테 먹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한 순간이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난 남아 있는 온힘을 짜내 근처의 나무가지를 하나 꺾어 말똥가리를 후려쳤어요. 공포에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습니다. 그대로는 얼마 버틸 수 없다는 걸 난 알았지요. 말똥가리가 다시 날아가자 진흙으로 그 독수리가 쪼아놓은 상처를 덮었습니다."
그것은 천운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구조대가 도착해 그녀를 죽음의 기로에서 건져낸 것. 지나가던 운전자 한사람이 고속도로변에 떨어진 그녀의 지갑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그 지역을 수색하다가 말똥가리들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는 아슬아슬한 순간에 그녀를 발견한 것.
"글로리아는 거의 의식을 잃은 상태였어요"라고 그녀를 발견한 플라토니아경찰서의 레너드 콕스 서장은 말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가 그녀를 찾아낸 것이지요. 불과 몇시간만 늦었어도 그녀는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기막힌 이야기입니다."
[석광인 기자 kisu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