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영의유럽통신] 최선다한 패자도 영웅대접
기사입력 2000년 04월 18일 13시 48분
영국 축구경기가 우리와 다른 점은 경기가 끝난 뒤에 발견된다.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우리팀 선수끼리 패스를 연결해 상대의 골문에 골을 넣기위해 애쓰는 것은 똑같다. 상대가 공격을 할 때면 적당히 반칙도 하고 볼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도 벌인다. 여기까지는 유럽이나 우리나 다른점이 없다.
차이가 나는 것은 경기 후의 모습이다. 경기가 끝나면 우리는 승자의 모습과 패자의 모습이 확연히 구별된다. 승자는 영웅이고 패자는 죄인이다.
특히 패한 팀 선수들은 여기저기 눈치를 보며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걸어 나올 만큼 의기소침하다. 이런 스트레스는 다음 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쳐 연패의늪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경기가 끝나도 누가 승자인지, 누가 패자인지 쉽게 구별하기 어렵다. 양팀 선수들은 서로 포옹하며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격려를 보낸다.
지고 기분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단지 승,패보다는 준비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이런 모습의 연출이 가능한 것이다.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고, 전술을 가다듬고,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 후 패하면 다시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이 이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니 자연히 팀 전술이 발전하고 결국 축구 수준이 높아지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적당히 연습하고 경기에 나서서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다른 모습은 또 있다. 경기가 끝나면 우리는 승리팀 감독과 수훈선수만 인터뷰를 하지만 유럽에서는 수훈선수를 마크했던 선수에게도 상대의 장단점과 그날의 컨디션을 물어보고, 왜 골을 허용하게 됐는지를 질문한다.
한국 축구선수들도 패하고 고개를 숙일 것이 아니라 연습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감독의 지시에 따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또다른 발전이 있을 것이다.
[런던에서．울산 현대 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