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일본축구] 한-일전 김빼는 구단 이기주의
기사입력 2000년 04월 18일 13시 48분
`축구'하면 뭐니뭐니 해도 한-일전이다.
이겼을 때의 짜릿함이나 졌을 때의 분함, 그 느낌의 정도는 세상의 어떤 게임으로도 비교가 안 된다. 특히 시종 관자놀이를 뻣뻣하게 만드는 극도의 긴장감이야말로 월드컵 결승전은 저리가라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면 도로의 자동차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질 정도니 분명 허풍은 아니리라. 아닌 게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이나 `라이벌'이란 수식어를 갖다붙여 어울릴 만한 나라는 상대방 뿐이다.
그 숙명의 라이벌이 26일 잠실벌에서 한판 붙는다고 한다.
한데 이곳에서는 연일 김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스페인리그에서 뛰고 있는 조 쇼지(25．바랴드리드)가 무릎부상을 이유로 대표팀 합류를 거부했고, 나카야마(33) 등 대표를 4명씩이나 보유한 주빌로의 하제브스키 감독(44)도 "아시아클럽선수권 때문에 곤란하다"는 말을 남긴 채 16일 선수들을 데리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버렸다.
20일 이란 피루지와의 준결승, 22일 결승 또는 3,4위전이니 선수들이 한@일전에 못 뛸 이유도 없다. 결국 알짜배기들이 잇단 국제경기로 피로가 누적되면 리그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일찌감치 계산했다는 얘기다.
대표팀의 트루시에 감독이 주야장천 뛰어다니지만 아무래도 100%의 전력을 꾸리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격하기 짝이 없는 한-일전에 선수를 내보냈다가 어디 한 군데라도 삐끗해서 돌아오는 날이면 농사를 망친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표팀을 꾸릴 때마다 이런저런 잡음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기야 승부의 세계란 게 빤하니 이해 못할 것도 없다. `나라를 생각하자니 내 농사가 걱정이고, 내 농사만 챙기자니 양심이 저리고….'
한가지 확실한 것은 구성원이야 어찌됐건 한-일전은 언제나 뜨겁다는 사실이다.
[도쿄에서．kkac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