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보성의야구읽기] 감독과 코치
기사입력 2000년 04월 17일 14시 25분
"게임에 지고도 밥 잘 먹는 코치는 싫어."
속타는 감독의 심정을 몰라주는 코치를 놓고 유행했던 우스개소리다. 그만큼 요즘 코치들은 게임의 승부에 관계 없이 잘 먹는다. 머릿속에 백전백승밖에 없는 감독들이 게임에 지는 날이면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것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
안타까운 것은 코치들은 감독의 마음을 모른다는 것과 또 일단 감독이 되면 코치시절의 심정을 잊고 산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고 있는 이상훈은 "고참선수들은 코치가 되면 젊었을 때를 잊고 한결같이 무섭게 변한다"고 말하곤 했다. 자신이 선수였을 땐 코치나 감독에 대한 불만을 선수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말하던 사람이 막상 코치가 되면 모든 걸 멀리하라며 연습만 잔뜩 시킨다는 것.
물론 선수가 코치에게 의문이 있듯이 코치도 감독에게 의구심을 갖는다. 왜 한번 지는 것 때문에 밥도 안 먹고 또, 이겨도 신경질을 내는지.
서로가 이해해야 한다. 필자도 감독시절 코치들에게 폭언을 퍼부은 적이 있지만 사실 코치들이 하는 일은 의외로 많다. 오후 1시쯤 야구장에 나가서 미팅과 특훈으로 선수들과 같이 뛰고 보고서도 준비하고,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기면 잠도 못 잔다.
경기에 지고 밤 12시까지 연습하라는 감독의 명령이 있는 날에 코치들은 얼마나 감독이 야속할까!
`하지만 코치여러분! 여러분도 곧 감독이 됩니다. 선수가 코치 심정 몰라주고 또 감독이 몰라줄 지라도(실제 감독은 코치들의 고마움을 안다) 승리했을 때 감독의 기쁨을 보면 여러분들도 뿌듯한 희열을 느끼지 않습니까?'
감독과 코치는 부부와 같다. 시즌 중에 이혼한 감독과 코치는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다. 금실좋은 감독과 코치가 있는 팀은 `순풍에 돛단듯' 페넌트레이스를 항해할 수 있다.
[천보성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