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이시하라의 발언
기사입력 2000년 04월 16일 15시 14분
"제 3국인, 외국인들의 흉악한 범죄가 되풀이되고 있어 큰 재해에서는 소요가 예상된다. 경찰의 힘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분(자위대)도 출동해 치안유지활동을 큰 목적으로 수행해 주기 바란다."
이 말은 도쿄도지사인 이시하라 신타로(67．石原愼太郞)가 지난 9일 `육상자위대 내리마주둔지'에서 있었던 자위대 창립 기념식장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한 말이다.
이날 이시하라 도지사의 발언으로 요즘 도쿄가 발칵 뒤집혔다.
일본언론은 연일 이에 대한 비판과 시민들의 반응을 대서특필하고 재일한국인과 조선인(조총련계), 동남아시아인 등 일본의 문화계 인사들도 도청에 몰려가 거세게 항의하는 등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국제적으로 퍼지고 있다.
또한 재일한국인, 조선인출신 변호사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이시하라 도지사에게 사과요구를 했고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요청을 일본변호사협회에 소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시하라도지사는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제 3국인이란 말은 일본에 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외국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재일한국인, 조선인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나. 나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그건 당신네 기자들이 잘못 써서 그렇게 된 것이다."
강한 어조로 결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발언을 크게 보도한 기자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특히 교도통신 기자에게는 화를 벌컥 내기까지 했다. 그 이유는 그의 발언을 처음 보도한 것이 바로 교도통신이기 때문이다. 마침 그날이 종합일간지의 휴일 전날이어서 교도통신사가 타전한 뉴스를 맨처음 보도한 것은 스포츠신문들이었다.
교도통신의 뉴스를 받아본 스포츠신문들이 발언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서특필한 것. 연이어 이튿날의 일간지에는 이시하라도지사의 문제발언이 1면 톱으로 올랐음은 물론이다. 바로 이같은 경위가 있었기에 이시하라 도지사가 교도통신기자에게 책임전가를 하며 화를 벌컥 낸 것이다.
문제는 이시하라 도지사의 발언 중 `제 3국인'이라는 표현이었다. 과연 그의 해명대로 불순한 의도가 전혀 없었는지. 그의 주장대로 단지 외국인 불법체류자만을 가리킨 것이었는지의 여부.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해명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의 행적과 발언을 살펴보면 그 진의가 백일하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 3국인'이라는 표현이 외국인을 가리킨다는 일본사전의 설명 그대로라면 더욱 간과못할 일이다. 일본사전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덧붙여져 있기 때문이다.
"제 3국인이라는 말은 일본통치 아래 있었던 재일한국인, 조선인과 대만인을 지목하는 말로써 패전직후에 사용되어 독립민족으로서의 지위를 인정치 않으려는 차별용어로 돼 있다."
일본언론은 분명히 이시하라 도지사의 표현이 이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제 3국인'이라는 말을 일본인들이 좋은 의미에서 사용한 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구태여 한국인과 대만인을 `제 3국인'이라고 부른 것은 1945년 패전직후 당시 일본에는 식민지국가였던 한국인과 대만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패전국으로 전락한 일본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식민지국이었던 조선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우월감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제3국인'이라고 호칭했던 것이다. 때문에 `제 3국인'이란 호칭은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이시하라 도지사의 주장처럼 단순히 `당사국외의 국가'를 일컫는게 아니라, 아주 경멸적인 의미인 것이 사실이고 현실이다.
더구나 우리 한국인은 실제로 `제 3국인'으로 불리우며 일본인들에게 떼죽음을 당한 전례가 있다. 일본언론도 바로 이같은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