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직장인들 '벚꽃이 미워요'
기사입력 2000년 04월 16일 14시 19분
"벚꽃이 미워요!"
서울 여의도의 벚꽃축제로 서울 시민은 물론, 타지의 상춘객까지 여의도 윤중로에 몰려드는 요즘, 정작 여의도의 직장인이나 샐러리맨들은 장탄식을 하고 있다.
특히 퇴근시간의 교통체증이 장난이 아니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는 지난해 휴일 하루에만 최대 26만명까지 몰릴 정도로 유명세를 자랑하며 어엿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봄밤에 사랑하는 이와 벚꽃에 취해 거니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일터.
하지만 문제는 이곳을 생활터전을 삼는 이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란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지난 13일 임시휴일임에도 평소처럼 출근했던 S사의 박도준씨(40).
이날 오후 5시부터 퇴근을 서둘렀지만, 고수부지에 세워둔 차를 불과 200@ 앞인 순복음교회 옆길로 빼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 보통 휴일이었으면 집이 있는 일산까지 30분이면 족하지만 이날 박씨가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 40분.
퇴근에 무려 3시간 40분이나 걸려 거의 머리 뚜껑이 열릴 정도로 열을 받았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어도 다른 샐러리맨에게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 근무가 있으면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한다.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니까.
고수부지에 주차하는 600명이 넘는 샐러리맨들은 매일 퇴근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처지가 됐다. 상춘객이 몰려들기 전인 오후 5시쯤에 회사에서 눈치껏 빠져나가 주차장에서 차를 빼낸 후 다시 회사로 들어가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 역시 불법주차여서 마음이 조마조마하긴 마찬가지. 불법주차 딱지까지 떼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의도 벚꽃축제 기간중에 이런 교통체증 현상이 일어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김포공항으로 빠지는 새 길이 나서 여의도 샐러리맨들은 내심 "올해는 좀 낫겠지"하고 생각해왔다. 더욱이 올해는 장애인들의 포장마차 개업도 금지돼 내심 조용한 퇴근길을 기대했던 것.
하지만 용산구청에서 상춘객들을 위해 새로 난 길을 막고 교통통제를 하고 나서면서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
L사의 김재춘씨(36)는 "상춘객들이 들으면 욕하겠지만, 여의도 직장인들은 하루빨리 비라도 와서 벚꽃이 싹 져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봄날,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벚꽃구경을 하려는 상춘객을 나무랄수는 없다. 벚꽃이 무슨 죄. 매년 쌓이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행정당국의 안이함이 문제일 뿐.
[이화순 기자 m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