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돼지'와 '하이에나'의 우정
기사입력 2000년 04월 16일 14시 04분
`돼지'와 `하이에나'의 우정이 뜨끈뜨끈하다.
"내가 던지는데 하이에나가 한방씩 쳐주는게 당연하지요. 안그러면 재미없을테니까…." (현대 임선동) "차려준 밥상도 꼬박꼬박 찾아먹지 못하는 돼지때문에 진짜 속상했어요." (현대 박재홍)
언뜻 막말하는 사이같지만, 한꺼풀만 벗겨 들어보면 서로에 대한 정이 담뿍 담겼다. 연세대 동기동창 임선동과 박재홍(27). 서로를 `돼지'와 `하이에나'로 부른다.
2년만에 재기한 임선동이 지난 7일 대전 한화전서 시즌 첫 등판했을때 박재홍은 1－4로 뒤진 3회 역전의 포문을 연 좌월 2점홈런으로 힘을 냈다. 박재홍을 시작으로 퀸란, 박경완, 박진만이 줄줄이 담장을 넘겨 경기를 시원하게 뒤집었다. 그러나 임선동은 영 맥없어 승리투수를 눈앞에 둔 5회 4실점하며 끝내 강판.
"너를 보니 생각나는 4자성어가 있구나. 설상가상." 에누리없이 면박을 줬지만 박재홍의 속은 쓰렸다.
14일 부산 롯데전서 임선동이 다시 선발로 나서자 박재홍 역시 배트에 힘을 줬다. 초장에 승부를 결정지은 2회 3점홈런. 이번에는 씩씩하게 잘던진 임선동이 드디어 선발승을 따냈다. 가장 먼저 박재홍을 찾아 "고맙다"고 인사했다.
박재홍은 대학시절 양푼에 밥을 비벼먹던 `통 큰 친구' 임선동을 기억한다. "`돼지'는 세상에서 나를 제일 좋아한다"고 큰소리. 어라, 임선동은 딴소리다. "나 아니면 누가 `하이에나'를 돌보겠어요." 우정, 혹은 책임감? 여하튼 끈끈한 사이다.
[부산＝이승민 기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