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조영남 '기가 막힌 진짜영화'
기사입력 2000년 04월 14일 15시 27분
미리 말해 두겠다. 최근 개봉된 `감각의 제국'을 못 본 사람은 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 끔찍한 선거열풍과 황사 속에서도 나는 한적한 시간을 골라 `감각의 제국'을 봤다.
언젠가는 그 영화를 보게 되리라는 희망조차 안 가졌던 영화였다. 소문만 무성하게 들어왔던 영화였다. 연기자들이 영화 속에서 실제로 성행위를 했다는 소문말이다.
그 영화를 실제로 본 사람도 못만났었으니 소문만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영화 속에서 실제로 성행위를 했다는 영화가, 실제로 성행위 장면을 적나라하게 촬영했다는 영화가, 한국 심의위원회에서 상영 통과되고 시내 극장에 버젓이 나붙게 된 것이다.
자칭 영화광인 내가 어찌 이런 기회를 놓칠소냐. 나는 헐레벌떡 극장표를 샀다. 영화를 보러 가면서도 극장 문을 들어서면서도 나의 관심사는 한가지였다. 진짜 그랬을까 진짜로 했을까. 뭐 그런 거 였다.
한편으로는 `아! 우리 대한민국도 많이 달라졌구나'하는 고마운 마음을 품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짠짠짜∼ 영화가 시작되었다. 여러 선진국의 영화제에서 십수년 전에 이미 큰 상을 휩쓴 영화를 뒤늦게나마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대를 너무 건게 잘못이었을까? 무슨 영화가 앞뒤 연결도 안되고, 영 재미없게 풀려 나갔다. 가위질을 너무 많이 했다 싶었지만 그 진위조차 가릴 방법이 없었다.
울며 겨자먹는 식으로 그냥 보긴 봤다.
그 다음날 나는 마침 아는 친구의 선거 운동차 광주에 갔다. 나는 거기에 마중나온 껄렁한 후배 녀석을 만나면서 내가 본 영화 `감각의 제국'이 건데기도 빼고 국물도 뺀 엉터리 설렁탕이라는 걸 알았다. 중요한 장면은 몽땅 커트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믿거나 말거나 출연자들이 실제로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몽땅 짤려 나갔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 후배가 틀어주는 `감각의 제국' 원본을 광주에서 보게된 것이었다.
실제로 성행위를 한다고 강변하던 후배녀석의 말이 옳았다. 원본을 보니 정말 놀라 자빠질 일이었다. 실제로 연기가 아닌 진짜 성행위가 꺼리낌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기가 탁 막혔다. 만감이 교체했다. 이 나이 이때까지 이런 영화는 처음 봤다. 적어도 정상적인 극영화를 표방한 상태에선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장면들이 눈물겹도록 애절하게 펼쳐졌다는 사실이다. 일찌기 영화제를 비롯 각종 작품상을 탈만한 영화였다.
오양의 비디오 사건이 `감각의 제국' 이후에만 터졌어도 미국 UCLA 대학의 여대생 청이 10시간 동안 200여명의 남자들과 성행위를 벌였다는 다큐멘터리식 영화가 상영되고 난 후에 터졌어도 그런 우습꽝스런 후유증은 덜 했을 텐데.
원 팔자 소관두!
[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