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SC] 무지 외반증
기사입력 2000년 04월 14일 14시 49분
무지 외반증은 과연 팔자인가. 무지 외반증이란 단어가 아직은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진을 보고 '앗! 내 발처럼 생겼네' 하고 생각이 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것은 엄지 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는 기형으로 주위에서 한번쯤은 봄직한 너무도 흔한 질환이다.
노인들은 이것이 있으면 팔자가 세다고 하는데 내 경험으로는 이런 분들 중에 팔자가 좋은 분들(?)도 많아 팔자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다만 단순히 치료를 필요로 하는 병으로 아는 것이 좋으리라 본다.
필자가 미국에서 근무할 때 의사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이 이 질환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고 또한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을 보고 이들이 발에 참으로 관심이 많구나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바가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환자들이 이를 치료가 필요한 병으로 알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막상 치료를 받으려해도 적절한 전문 치료기관이 없어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다.
K씨(여·56세)의 예를 들어보자. 그녀는 특이한 습관이 있었다. 평소에 구두를 잘 신지 않고 또한 남의 집 방문은 거의 하지 않았다. 까닭은 구두를 신고 조금만 걸어도 엄지 발가락이 욱신거리고 아픈데다 엄지 발가락의 뿌리가 안쪽으로 보기 흉하게 툭 튀어나와 어디든 신발을 벗는 장소는 가기를 꺼려했기 때문이다.
결국 K씨는 평생의 한(?)을 풀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필자는 수술을 권유하였고, 수술 6주 후 K씨는 웃는 모습으로 다시 병원을 찾아왔다. 그녀는 반대편 엄지 발가락도 빨리 수술해달라고 졸라댔다.
과거 `버선발 기형'이라 불리던 이 기형은 앞이 뾰쪽하고 폭이 좁은 구두를 오랫동안 즐겨 신은 중년 여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원인은 잘못된 신발과 유전적 요인이 모두 작용한다. 다시 말해 그 어머니나 할머니가 이런 기형이 있을 경우 본인에게서 발병할 확률이 매우 높다. 튀어나온 뼈 때문에 통증이 심하고 치료가 늦어지면 나머지 발가락들마저도 마치 도미노 쓰러지듯이 변형과 통증을 일으켜 치료는 더욱 힘들어진다.
보통 치료는 크게 보존적 요법과 수술적 치료로 나누어진다. 보존적 요법은 일단 신발의 선택시 폭이 넓은 신발을 신거나 샌달과 같은 신발을 신어야 한다. 때에 따라 보조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 치료 효과는 실망스럽다.
무지 외반증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아직까지는 수술을 꼽을 수 있다. 부분 마취로도 간단히 수술할 수 있고 수술 며칠 후부터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선진 여러국에서는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예전에는 재발이 많아 수술을 꺼려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수술 기법의 발달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문의 (02)538-3900
[옹상석·남서울병원 족부정형외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