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맞아 학교 부적응 환자 급증
기사입력 2000년 04월 14일 14시 49분
중학교 1년생인 김모양(14)은 친구들의 따놀림을 견디다 못해 얼마전 학교를 옮겼다.
뚱뚱하고 얼굴도 예쁘지 않은 편인데다 가정 환경마저 넉넉치 못한 김양을 친구들이 자꾸 놀려대는 바람에 자살시도까지 하는 등 심각한 우울증세를 보였던 것.
결국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이달초 시골 학교로 전학하고 말았다.
학기초가 되면서 시내 병-의원에 학교 부적응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서울 강북삼성병원에 따르면 학습장애와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방문하는 환자가 평소보다 10~20% 가량 늘어났다.
학교 부적응은 유형에 따라 적응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증후군, 등교거부증, 집단 따돌림이 대표적.
이중 적응장애나 `왕따'는 처음에는 부모들이 잘 모르고 넘어가는 수가 많아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학기초에 많이 나타나는 적응장애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많거나 평소 부끄럼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성격의 학생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학교 생활에 흥미를 잃고 성적이 떨어지는 게 보통이며 우울증, 행동장애, 불안증을 동반한다.
특히 귀가 시간이 늦어진다거나 친구와 다투는 일이 잦으면 한번쯤 행동 장애를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요즘 정신과를 찾는 가장 많은 환자의 유형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ADHD).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부산하며 수업시간에 돌아다니거나 심지어 시험을 볼 때 다른 친구의 답까지 간섭하다가 자신의 시험지를 백지로 내는 경우도 있다.
또 학교에 갈 시간이 되면 "배가 아프다"며 핑계를 대고 학교에 가지않으려는 등교거부증도 요즘 정신과의 단골 환자들이다.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동원 교수는 "부모들이 자녀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항상 부모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주면 불안감이 해소돼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는 집단 따돌림으로 병원을 찾는 청소년들도 적잖다.
서울 구로동의 고려제일정신과 김진세 원장은 "왕따를 당하는 청소년들은 내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부모로부터 과잉 보호를 받고 자란 공통점이 있다"며 "이를 방치하면 우울증에 빠지거나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며 사회나 학교에 대한 불만으로 탈선이나 비행을 저지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같은 학교 부적응은 장기화되면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는 환자의 유형이나 상태에 따라 달라지나 심각한 우울증세를 보일 때는 약물치료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의 강북삼성병원 (02)2001-2213~4, 고려제일신경과 (02)859-4469
[강병원 기자 hospit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