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손혁 처방' 오락가락 호랑이구단
기사입력 2000년 04월 14일 14시 29분
해태 구단 관계자가 지난 9일 롯데전을 마친 뒤 상경하려던 출입기자들을 조용히 불러세웠다. 그리고 한참을 망설인 끝에 뜬금없이 꺼낸 말은 이렇다.
"지난 6일 구단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나왔듯 내일(10일)이 손 혁을 임의탈퇴 공시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쉽지 않다. 당분간 손 혁과 관련된 보도를 자제해 달라."
임의탈퇴는 선수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 시즌 도중 임의탈퇴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지면 그 선수는 해당 시즌엔 한경기도 출전할 수 없다. 해태로선 멀쩡한 10승대 선발투수 한명을 놀리고 싶지 않았을 게다.
하지만 임의탈퇴라는 `벼랑끝 전략'으로 마음을 돌려보겠다던 해태의 강경책에도 손 혁은 요지부동. 자칫 `뭐 주고 뺨 맞았다'며 웃음거리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다. 섣불리 들고나온 초강수가 화살이 되어 돌아올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보도자제'란 히든카드로 이어졌다.
해태 구단의 요청은 오히려 불을 질렀다. 이튿날부터 언론이 해태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 "시간을 번 뒤 손 혁을 다른 구단에 트레이드하려는 전략"이라는 게 주내용이었다.
해태는 "결코 손 혁을 다른 구단으로 보내는 일은 없다. 설득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믿어달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렇지만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에 번번이 속았던 `농'부들은 좀체 `양치기 소년'의 고함소리를 곧이 곧대로 들으려 하질 않는다.
[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