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투수들 '타구가 무서워'
기사입력 2000년 04월 14일 14시 29분
"앗!"
13일 잠실 두산－LG전 5회초. 두산 선발투수 김영수는 LG 이병규의 직선타구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김영수 본인은 물론 정신이 없었을테고, 2만여 관중들도 놀라 숨을 죽인 그 순간. 쓰러진 김영수만큼 화들짝 놀란 사람이 있었다.
주인공은 이날 맞상대를 벌인 LG 투수 경헌호.
경헌호는 한양대 3학년이던 98년 5월 대학야구 춘계리그때의 악몽을 떠올렸다.
경희대와의 예선전에서 상대 타자 구명준의 강한 타구에 왼쪽 눈언저리를 강타당해 쓰러졌던 경헌호.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섬@해지더라고요."
망막을 다쳐 수술 일보직전까지 갔던 경헌호는 당시를 회상하며 몸서리를 쳤단다.
경기중 교체돼 왕십리 세왕병원에서 진찰받은 김영수의 부상이 다행히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자 경헌호는 또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국내프로야구에선 지난 95년 태평양 최상덕이 인천 빙그레전에서 타구에 맞아 경기에 나가지 못했고, 지난해엔 쌍방울 김원형이 한화전에서 장종훈이 친 공에 맞아 광대뼈가 함몰되는 부상을 해 시즌을 마감한 적이 있다.
"뭐니뭐니해도 몸 안다치는게 최고죠." 비록 5⅓이닝 동안 2실점으로 호투하고서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경헌호지만 몸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긴 중요한 경기였다고 한다.
[한준규 기자 manb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