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투표요? 남의 나라 이야기죠'
기사입력 2000년 04월 14일 00시 57분
"우리에게도 국민의 권리를 찾아달라."
16대 총선이 실시된 13일. 상당수의 프로야구 선수들은 투표장에 가지 못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투표에 관심이 없어서 안간 것이 아니라 `못간 것'이다. 이날 저녁 전국 3개구장에서 프로야구가 개최돼 특히 연고지를 떠나있는 원정팀 선수들은 물리적으로 투표장에 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한화와의 3연전을 위해 지난 10일부터 대전에 머물고 있는 롯데 선수단의 경우 김명성 감독을 비롯한 6명의 코칭스태프와 25명의 선수중 투표를 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김명성 감독이 "투표를 했느냐"는 질문에 "오늘 대통령 선거 있었나요"라는 우스갯 소리로 화답한 것은 김감독에게 선거는 어느새 `남의 나라' 이야기가 돼버렸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 "선거에 참여해 본 것이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감독이다. 롯데 톱타자 김대익도 "지난 96년 프로야구판에 들어온 뒤 투표를 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사정은 대전에 연고를 두고있는 한화 선수단도 마찬가지. 25명의 1군선수중 투표장에 들렀다가 경기장으로 나온 선수는 조경택과 임주택 등 2명뿐이었다. 대부분의 한화선수들은 "경기를 준비하느라 틈을 내기가 어려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물론 팬서비스 차원에서 선거일에도 야구를 쉬지 않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인 선수들의 선거권도 존중돼야 하지않을까.
[대전＝송진현 기자 jhso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