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떠 있는 산중호수 '변산반도'
기사입력 2000년 04월 13일 14시 56분
맑은 하늘과 산이 물위에 투영되는 산중 호수. 바람마저 쉬어가 잔물결 하나 없는 고요함이 감돈다.
적막강산속 호반 산책로를 거닐며 봄을 맞는 기분은 어떨까.
선조들은 `춘 변산(春邊山), 추 내장(秋內藏)'이라며 변산의 봄을 찬양했다.
해안선과 맞닿아 있는 외변산에 상륙한 변산의 봄은 어느덧 내변산 깊숙이 파고들었다.
내변산 사자봉 매표소에서 직소폭포를 거쳐 내소사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종주해야 내변산의 속살을 체험한 것이지만 시간에 쫓기는 도시인들에겐 직포폭포까지 다녀오는 왕복 1시간20분의 트레킹으로도 내변산의 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직소폭포에 이르는 길에는 소위 `껄떡고개' 같은 가파른 오르막이 없는 평탄한 길이어서 산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특히 산중턱엔 부안댐이 만들어낸 산중호수에 호반길도 나 있어 운치있다.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바위에 앉아 주변 풍광을 바라보며 땀을 식히노라면 신선이 따로없다.
숲길 주변으로 굴참나무, 개옻나무, 참개암나무, 덜꿩나무, 병꽃나무 등 각종 수목이 늘어서 방문객을 반긴다.
생강나무에선 가장 먼저 노란꽃망울을 터트렸고, 진달래도 꽃봉우리를 내밀었다.
나무마다 자생지와 개화시기 등을 적은 이름표가 달려있어 이름모를 나무이름을 하나하나 익히다 보면 어느새 직소폭포앞에 닿는다.
높이 30@에서 거대한 물줄기가 흰포말을 일으키며 암벽사이로 떨어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둥근소에 잠시 머무른 물은 다시 2, 3차 폭포를 이루며 분옥담, 선녀탕 등 비경사이를 흘러내린다.
내변산 자락에는 직소폭포를 비롯해 선계, 중계폭포, 와룡, 가마소 등 절경이 곳곳에 숨어있다.
지서리에서 부안댐으로 가는 736번 내변산 도로변 산에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많아 특히 비가내리는 날에는 더욱 경관이 아름답다.
백제무왕때 장건된 내소사는 내변산의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해 경관이 아름다운데다 진입로의 전나무 숲길이 운치있다.
[변산반도(전북 부안)＝김순근 기자 skkim＠]
▲채석강:채석강은 억겁의 세월동안 풍화작용으로 깍인 수성암층이 마치 책을 겹겹이 쌓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 일대는 작년 연말 밀레니엄 마지막 일몰축제가 열린후 일몰 관광지로 변신했다. 마지막 일몰을 채화했던 격포해수욕장 끝 채화기념비 아래엔 인어상이 들어섰다. 이름하여 `노을처녀'. 이곳을 찾는 커플들이 많은데, 한결같이 여성들이 노을처녀옆에 서서 사진을 찍자고 한다. 노을처녀가 너무 못생겼기 때문이다.
▲적벽강(사진):채석강 매표소 북쪽으로 붉은빛을 내는 절벽지대가 이어진 적벽강이 있다. 2㎞에 달하는 해변을 따라 기암괴석과 해식동굴이 이어져 절경을 이룬다.
적벽강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를 끈다. 특히 저녁무렵 이곳을 찾으면 절벽의 바위들이 석양에 더욱 붉은빛을 발해 장관이다.
부안군측은 고사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총 4㎞의 도로를 개설한뒤 유료도로화할 계획있다.
현재 미개설된 도로끝부분 마포리에서 하섬까지 1.2㎞의 바다가 매월 두차례(음력 1일, 15일) 길이 열려 소라, 조개, 낙지 등을 줍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맛집:변산반도 일대에서는 요즘 바지락이 많이 잡힌다. 부안에서 격포로 가는길에 있는 변산온천산장(0683-584-4874)은 바지락전문집. 여주인 김순녀씨(49)가 수삼을 갈아 쌀, 당근, 녹두 등과 함께 삶은후 바지락을 넣어 담백한 맛의 바지락 죽(6000원)을 내놓는다. 바지락을 끓는물에 살짝 데쳐 오이와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바지락회무침(2만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 인근에 변산온천(0683-582-5390)이 있다.
▲가는길:호남고속도로 태인IC∼30번 국도∼부안읍∼30번 해안도로를 따라 변산∼격포(채석강, 적벽강)∼모항∼곰소(내소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