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로드롭 샷드롭 공포 비교 체험기
기사입력 2000년 04월 13일 14시 56분
공포와 재미는 일맥상통하는 모양이다.
잠실 롯데월드의 `자이로드롭'.
고공에서 떨어뜨리는 이 놀이기구는 `죽다 살아나는' 공포를 맛보게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공포를 즐긴다. 2초의 낙하를 위해 2시간을 줄서서 기다리면서까지…
국내에서 가장 무서운 놀이시설 자이로드롭이 최근 적수를 만났다.
과천 서울랜드가 이달들어 공개한 `샷드롭'이다. 자이로드롭과는 공포의 구조가 또 다른 이 놀이시설은 가동 1주일만에 탑승객 4만명을 돌파했다.
다음은 자이로드롭과 샷드롭의 비교 체험기다.
▲자이로드롭(GYRO DROP)
둥글게 배열되어 있는 의자. 안전벨트를 채우면 빙글빙글 돌며 올라가기 시작한다.
롤러코스터가 출발하기 위해 경사면을 덜컹 덜컹 쇳소리를 내며 천천히 올라갈 때의 섬뜩함….
30초쯤 뒤 꼭대기에 닿으면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의자가 멈춘다.
70@ 위에서 의자에 엉덩이만 걸친채 떨어질때를 기다리는 이 순간의 공포도 만만찮다.
대부분은 눈을 감아버리는데 여자친구와 함께 온 남자들은 다리를 흔들며 태연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것은 극도의 공포심이 만들어낸 무의미한 동작. 남자는 일반적으로 이런 공포에 여자보다 더 약하다.
추락은 예고 없다. 예상 못한 시점에, 예상 못한 속도로 떨어진다.
속도는 시속 97㎞. 다리가 먼저 들리고 의자가 전혀 몸을 지지해주지 못하는 것을 깨닫는 순간 황당함에 이어 엄청난 공포에 사로잡힌다.
이쯤에서 그만 멈춰야할 것 같은데도 의자를 매단 쇳덩이는 땅에 부딪칠 것처럼 대책없이 떨어지는데 전자석 브레이크에 의해 멈출때까지 추락 시간은 불과 2초. 그러나 사람들은 2시간은 떨어진 것 같다고 고백한다.
▲샷드롭(SHOT DROP)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시설은 떨어지는 것보다 공중으로 쏘아올려지는 과정이 핵심이다.
안전벨트를 채우고 나면 방송실에서 카운트다운을 한다.
하나∼ 두울∼ 셋∼. 그러나 카운트다운을 믿으면 안된다. `둘' , 아니면 셋을 센 뒤 잠시 가만이 있다가 난데없이 쏘아올린다.
올라가는 속도는 시속 85㎞. 이 정도면 4G(중력가속도)쯤의 중력저항. 전투기 조종사에게 일반적으로 가해지는 중력저항이 7∼8G다.
갑자기 너무 빠른 속도로 솟구치는 탓에 의자를 매단 커다란 틀이 타워끝에 걸리지 않고 빠져나가 버릴 것같은 공포가 이 부분의 핵심이다.
공포가 절정에 달할때쯤 의자는 뜻밖에 부드럽게 멈춘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주변 경치를 둘러보려 고개를 드는 순간 이번엔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고압의 공기로 작동하기 때문에 움직일때마다 나는 치∼익 소리가 몹시도 괴기스럽다. 자이로드롭이 추락만 있는 반면 샷드롭은 이후 몇번의 상승과 하강이 반복된다.
★비교
스릴러 놀이시설의 지상 목표가 극도의 공포를 주는 것이라면 자이로드롭이 단연 한 수 위다. 샷드롭은 우선 속도와 높이에서 자이로드롭보다 못하다. 스릴만을 쫓는 코스터 마니아들은 "자이로드롭이 100점이라면 샷드롭은 90점"이러고 말한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재미 측면에서는 샷드롭이 우위다. 자이로드롭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80% 이상이 "훨씬 더 재미있다"고 평한다. 단순 추락이 아니라 솟구치고 떨어지는 과정이 반복된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줬다.
한번 더 타겠다는 `재시도율'은 자이로드롭이 5% 이하인 반면 샷드롭은 80% 가까이 됐다. 샷드롭쪽이 덜 무섭지만 그만큼 재미있다는 얘기다.
[송철웅 기자 simb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