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미국 유학생 (9)
기사입력 2000년 04월 13일 13시 50분
"배가 불룩 나온 뚱보 사장이 부사장에게 말했지요.
`부사장은 키가 커서 몸무게가 많이 나가겠오.'
`아닙니다. 키만 컸지 살이 별로 없어서 많이 나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사장님이 더 무거우실 겁니다.'
`아니지요. 나는 키가 작아서 많이 안나갑니다.'
`그래도 더 무거울겁니다.'
계속 옥신각신 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여비서가 `사장님이 더 무거우세요.'하고 판정을 내려줬답니다."
이번에는 윤명훈이 한편을 소개했다.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이 있었지요. 저녁때 귀가하자 아내가 밥상을 내놓았는데 큼직한 굴비 한마리가 올라 있었습니다. 남편이 물었지요.
`왠 굴비요?'
`낮에 굴비장사가 왔는데 돈이 없어서 사지 못하자 제 몸을 요구하더군요. 그래서 응해주고 한마리 얻은 거예요.'
`뭐라구? 앞으로 그런짓 하면 절대 용서치 않을거야.'
그랬는데 다음날 저녁밥상에 굴비 두마리가 올라왔답니다. 그래서 아내를 추궁했지요.
`어떻게 된 거야?'
`당신이 어제 앞으로 하면 안된다고 해서 이번엔 뒤로 했지요'했답니다."
둘의 와이담 시리즈는 끝이 없었다. 밤 2시쯤 되자 윤명훈은 상대가 궁금해졌다.
"레이디실크님은 진짜 여자분이신가요?"
"네, 맞아요."
"진짜인지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변쇠강님은 뭐하시는 분인데 와이담을 그리 많이 아세요?"
"아시다시피 이름은 `변쇠강'이고 직업은 와이담 강사입니다. 궁금하면 만나서 얘기합시다."
"좋아요."
이래서 둘은 종로의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넷을 통해 와이담이나 늘어놓다 막상 얼굴을 대하고 보니 쑥스러웠다. 서로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한채 인사를 나눴다.
윤명훈은 `레이디실크'를 술집 작부나 저질적인 여자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만나보니 차림새는 수수했지만 외모는 장미숙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도대체 뭐하는 여자일까 몹시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는게 불문율이므로 묻지 않았다.
차후에 알려진 사실로 `레이디실크'의 이름은 홍나미(30．가명)이고 직업은 골프장 캐디였다. 골퍼들이 장난삼아 지껄이는 와이담을 자주 주워들어 많이 알고 있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로운 와이담을 잘도 늘어놓는 윤명훈이 신기했다.
홍나미는 결혼에 실패한뒤 혼자 살고 있었다. 외로움을 달래 보려고 채팅방에 들어갔다가 윤명훈을 만난 것이다.
둘은 말없이 차만 마셨는데 윤명훈이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입을 열었다.
"옛날 어느 나라에 공주가 있었는데 바람기가 심해 성안의 모든 병사들과 관계를 가졌답니다. 이를 안 왕이 공주를 방안에 가뒀으나 병사들을 창문으로 드나들게 하며 성유희를 즐겼답니다. 그래서 왕은 공주의 중요한 부분에 침입하는 물체를 절단하는 장치를 설치해 놓았지요.
며칠뒤 왕은 병사들의 거시기를 검사했더니 단 한명만 빼고 모두 잘려 있더랍니다. 왕은 잘리지 않은 병사를 불러 크게 칭찬하고 사위를 삼겠다고 말했지요. 그러나 그 병사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알고보니 혀가 잘려 있더랍니다."
윤명훈의 와이담에 홍나미는 웃음을 터뜨렸다. 둘 사이의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가셔졌다. 시계는 오후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리 어디 분위기 있는 곳으로 가서 저녁식사나 할까요?"
"네, 그래요."
둘은 윤명훈의 외제 승용차를 타고 교외로 나갔다. 퇴근길이어서 시내 도로가 혼잡했지만 자유로에 들어서자 차량들이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윤명훈의 차는 임진각으로 향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