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삼진 퍼레이드
기사입력 2000년 04월 13일 13시 28분
마치 시위라도 하는 것 같다. 던졌다 하면 스트라이크에, 방망이가 돌아갔다 싶으면 삼진. 애리조나 김병현(21)이 `닥터 K'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김병현은 12일(이하 한국시간) 원정 샌디에이고전에서 3이닝동안 5개의 삼진을 추가, 올시즌 두경기만에 삼진수를 8개로 늘렸다. 모두 5⅓이닝을 던졌으니 이닝당 1.41개. 아메리칸리그 부문 1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1.60개보다는 뒤지지만 내셔널리그서는 팀동료 랜디 존슨의 이닝당 1.30개을 앞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김병현은 이미 지난 스프링캠프서 이닝당 2.13개의 삼진(12이닝 27개) 1위를 기록, 선두 자리가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다.
김병현의 무서운 기세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공은 그 때 그 공이다. 최고시속 94마일(약 151㎞)의 스피드는 지난해에도 여전했고, 특별히 개발한 새 구질도 없다. 김병현은 99시즌 27경기서 31개의 삼진을 잡아 이닝당 1.10개에 그쳤었다.
"미국생활에 어느정도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김병현이 스스로 내린 결론이다. 이젠 마운드에서 두리번 거리지도 않고, 식은 땀을 흘리지도 않는다. `파스 퇴장'사건을 비롯, 잇단 보크로 결승점을 내주는 등 외국인 루키가 치러야 할 대가는 지난해에 값 비싸게 다 치렀다는 뜻이다.
지난 겨울 몸무게를 78㎏으로 5~6㎏ 늘려 파워를 키운 것은 직구의 묵짐함을 더했다. 빠른 직구가 통하니 특유의 `방울뱀 슬라이더(snake-like slider)'는 위력이 배가 됐다. 여기에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언제 방망이를 휘두르는지에 대한 `감'까지 보탰다.
`21세의 반란'. 김병현의 삼진 퍼레이드가 어디까지 갈지 흥미롭다.
[보스턴=김우석 특파원 kwooseok＠nuri.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