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당 2.68개…유례없는 홈런파티
기사입력 2000년 04월 13일 12시 09분
뚝딱뚝딱 쳐내고 아기자기 뽑아내는 점수는 귀한 구경. 눈깜짝할새 한방에 뒤집어지고, 아차할새 공 하나에 곡소리가 난다.
12일 현재까지 8개팀이 치른 28게임 가운데 절반인 14경기가 홈런으로 결승점이 났다. 피말리게 점수를 짜내는 장면보다는 시원하게, 혹은 허무하게 한방으로 끝내는 장면이 그만큼 많았다. 잘 던지던 투수가 한순간 무너지곤 하니 마운드를 향해서는 섣불리 감탄을 못하게 됐다.
초반이지만 2000시즌 그라운드는 홈런 폭발 조짐.
경기당 2.68개의 홈런은 프로야구 18년 통산 평균치(1.43개)의 근 곱절이다. 사상 유례없는 타고투저였던 지난해의 2.41개보다도 오히려 점프한 숫자.
괴력의 현대 퀸란(7개) 등 수입포는 물론 삼성 이승엽(3개) 등 토종 파워포들의 장타 페이스가 전에 없이 빠르다.
`홈런의 대중화' 역시 도드라지는 현상. 홈런타자가 따로 없고, 안심할 투수도 없다.
현대 박진만 김인호, 한화 허 준(이상 2개) 등 뜻밖의 이름들이 홈런 랭킹에 수두룩하다. 최고액 투수 현대 정민태가 2경기서 벌써 4방의 홈런을 맞았다.
봄에는 방망이에 힘이 있다. 투수들의 페이스는 채 정점이 못되는데, 팔뚝 굵은 타자들의 스윙은 시원시원하다. 시즌 초반에는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도 빡빡한 편. 자연히 투수들은 빠지는 볼보다 걸치는 볼을 많이 던지게 돼 `몰릴' 확률이 늘어난다.
90년대 중반 이후 줄기차게 이어진 타고투저의 전진일까, 시즌 초반 지나갈 기상현상일까. 아직은 담장을 더 지켜봐야겠다.
[이승민 기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