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낙도 순회공연'
기사입력 2000년 04월 12일 14시 48분
빈약한 음향시설, 그랜드피아노 한 대 없는 좁은 무대.
비록 척박한 환경이었지만, 젊은 예술인들의 패기가 있었고, 관객들의 열띤 호응이 있었다.
젊은 예술인들이 낙도에 작지만 소중한 문화의 씨를 뿌렸다.
한국예술종합학교(교장 이강숙)가 `찾아가는 문화행사'로 마련한 `낙도순회공연'. 지난달 29일 경기 강화군 교동도에서 시작, 전남 진도(30일), 전남 비금도(31일)을 거쳐 8일 경남 울릉도까지 1@2차 순회공연을 마쳤다.
그동안 볼만한 공연은 수도권과 대도시에 편중돼 있어 문화혜택이라곤 TV가 고작인 현지주민들은 공연단과 뜨거운 무대를 만들어냈다. 울릉도 공연이 있었던 300석규모의 울릉군민회관도 보조석까지 다 폈지만 결국은 많은 이들이 서서 공연을 봐야 했다. 아버지가 무등을 태우고 딸에게 공연을 보여주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교동도 진도 비금도 등지에선 현지 초중교 학생들이 마치 연예인을 맞이하듯 사인공세를 벌이기도 했다. 한 현지주민은 `날달걀' 한 판으로 고마움을 전하는 등 섬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도 있었다. 예향으로 널리 알려진 전남 진도 공연에는 광주, 전주, 여수, 목포 등 주변 예술인들이 단체관람을 왔을 정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무용원, 전통예술원 재학생 20여명이 구성한 공연단은 성악과 금관5중주, 부채춤, 태평무, 판소리, 사물놀이 등 다양하고 대중적인 레퍼토리로 `살아있는 공연'의 묘미를 전했다.
이 소식이 중국에까지 알려져 산둥반도 청도지역에 있는 조선족 한글학교에서 초청공연을 요청하는 등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는 공연은 해외로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이번 공연단을 이끌었던 김흥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공연기획실장은 "낙도주민들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되겠지만 이들과 만났던 학생들에게도 `산 교육'이 됐다"며 "앞으로 낙도순회공연이 정기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5월 중 소록도, 덕적도, 안면도 등을 찾아 3차 낙도순회공연을 벌일 예정이다.
[이형석 기자 evol90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