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학, 고비마다 펑펑
기사입력 2000년 04월 12일 11시 58분
`틈새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으스스한 강타자들 사이에 끼어 꼭 그는 왠지 힘이 달려 보였으니까.
현대 5번 심재학(28)은 그러나 묵묵히 자리값을 해내고 있다. 11일 현재까지 6경기서 벌써 홈런 3개째. 한점차 승리였던 지난 9일 수원 두산전서의 3점홈런과 0－3으로 줄창 끌려가던 참에 터진 11일 수원 삼성전서의 1점홈런. 속이 꽉 찬 한방들이었다.
사실 심재학의 자리는 심심찮게 군소리를 듣는 `바늘방석'. 3번 박재홍 4번 윌리엄스의 힘있는 오른손 중심과 괴력의 홈런타자 6번 퀸란 사이에서 버티자니 이만저만 부대끼는 일이 아니다. 여차하면 `블랙홀' `휴게실' 등의 놀림이나 듣기 십상.
김재박 감독은 대신 심재학을 `승부처'라고 부른다. "오른손 중심타선 가운데의 왼손 `혹'인 심재학이 얼마만큼 해주느냐에 타선의 성패가 달렸다"고 못박는다.
"타석에서 떠나고 난뒤 타격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했다"는 심재학은 두해전의 자신을 욕심만 많은 타자였다고 반성한다. 뻣뻣하게 힘만 들어갔던 팔의 위치를 고쳐잡고, 스탠스의 변화 순서를 뒤집는 등 나름대로 세밀하게 타격폼을 손본 상태.
아직 2할6푼1리의 타율은 성에 안차지만 6경기 7타점 페이스는 괜찮다. 튼튼한 어깨로 한몫하는 수비는 역시 최고점. 시원시원한 송구로 현대 외야의 든든한 한구석을 채웠다.
한시즌을 흘려보내고 유니폼까지 바꿔입는 댓가를 치른뒤 되찾은 타석. 시들하게 뛸수 없는 심재학이다.
[이승민 기자 cjmin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