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죽음조차 아름다운 남자
기사입력 2000년 04월 11일 15시 51분
장동건이 강렬한 죽음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9일 개봉되는 `아나키스트'(유영식 감독－씨네월드 제작)에서 장동건이 맡은 세르게이는 모스크바 대학 출신의 인텔리 청년. 테러단체의 리더였지만 일제의 고문으로 얻은 후유증을 견디다 못해 아편에 손을 대면서 파멸한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이어 연달아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된 장동건. 죽는 연기에 있어서라면 이미 `준비된' 연기자였지만 `아나키스트'에서 만큼은 부담이 컸다.
그의 죽음은 극적 긴장감이 최고에 이르는 부분. 혁명의 시대를 살아간 차가운 불꽃, 죽음을 위해 존재했던 아나키스트들의 비장미 넘치는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이라이트인 이 장면을 위해 유영식 감독도 장소 섭외에서부터 엑스트라 배치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신경을 썼다. 장동건 역시 베테랑답지 않게 긴장된 모습으로 촬영을 준비했다.
그러나 예정된 날,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3주 뒤 다시 날을 잡았지만 또 비가 오는 바람에 콘티를 조정해가며 겨우 촬영을 마쳤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고 중국 스태프들은 "귀신들이 세르게이의 죽음을 말린다"고 수근댔다는 후문.
`귀신도 슬퍼한' 장동건의 죽음은 여성 관객의 눈시울을 자극할 만한 인상적인 화면이 될 것이란 게 제작진의 자체 평가. `죽음조차 아름다운 남자'라는 세르게이의 모습이 관객들의 뇌리에 오래 남아있을 만한 장면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전상희 기자 f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