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한국에서 돼지로 태어난다는 것은…
기사입력 2000년 04월 11일 15시 43분
꿀꿀！(에로비안-독자님들 안녕?！ 한국의 돼지 친구들 안녕?！)
맞습니다. 저는 돼지입니다. 이름은 `위니'구요, 나이는, 겨우 9 달이니 새파란 놈이죠 뭐. 하지만 할 말은 하는 돼지랍니다.
우선 한국의 동료 돼지들에게 심심한 조의부터 표해야겠군요.
우리 돼지들에게는 에이즈와도 같은 천형(天刑)인 구제역에 걸려 타고난 제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하고 일찍 저 세상으로 가야만 했으니… 아, 그 비통함이야 어디 필설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무릇 동물로 태어날 때는 그 장소를 선택받아야 한다더군요.
저는 영국에 태어난 행운을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이 건 절대로 농담이 아닙니다. 진지하게 들어 주세요.
저는 얼마 전 우리나라 수도인 런던의 시장 선거에 출마키 위해 등록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선관위는 접수를 거절하더군요！
선관위 사무실에 제 발로 걸어갔고, 모든 출마관계 서류를 직접 작성했냐구요? 그 건 아니고, 영국의 `육협회'에서 저 `위니'를 추천해준 것이었죠. 헌데, 사람만 시장이 될 수 있다나요！
어쨌건, 제가 태어난 영국이라는 나라는 저같은 돼지에게도 인격(人格)아니 돈격(豚格)을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우리 돼지를 빗댄 속담이 많은 줄 압니다.
예컨대, 흐린 물을 좋아하는 돼지 꼴, 모주 먹은 돼지 껄대청, 돼지 떡과 뭐가 다르냐, 어긋나기가 돼지 발톱, 그슬린 돼지가 달아 맨 돼지 나무란다… 등인데요, 왜 하나같이 지저분하고 욕심에 가득 차고, 상궤에서 벗어난 경우를 돼지에만 빗댑니까?
우리 영국에는 대신 이런 격언이 있습니다.
`A pig's life short and sweet！'
돼지는 비록 짧지만 아름다운 일생을 산다는 뜻 아닙니까?
한국의 소,돼지 꼴이 말이 아니라는 야그를 전해 듣고 미천한 돼지 한 놈이 넋두리 몇 마디 주절거려 본 것입니다요.
내내 안녕히 계십시오！ 꿀꿀！
[작가/유머코디네이터 jefa3189@chollian.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