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유발 명분 쓴 언어공해 '…힘나는 일요일'
기사입력 2000년 04월 11일 14시 51분
방송언어의 오용이 심각하다.
초등학생 수준의 맞춤법도 틀리는가 하면 방송에서는 자제해야 할 말도 여과없이 내보내고 있어 제작진의 상식이 의심스럽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TV `로드쇼！ 힘나는 일요일'.
자기 이름을 연예인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여학생들의 개그나, 외국기인을 찾아 소개하는 코너는 흥미로웠다.
그러나 자막과 출연자들의 말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이휘재가 유재석에게 게임에서 진 뒤 인어로 분장하며 벌칙을 받게 되자 자막에선 `타깃'을 잘못 쓴 `타겟'이라는 글이 등장했다. 또 `제스처'를 `제스추어' `곰곰이'를 `곰곰히' `거예요'를 `거에요'로 표기하는 등 엉터리 맞춤법이 쉴새없이 쏟아졌다.
웃음유도를 위해서라 하지만 일부 출연자들의 말도 거칠고 불쾌한 느낌. 지상열에게 한 출연자는 "바보입니다, 바보"라고 말했고, 또 한 출연자는 "지진아"라며 놀려댔다.
PD가 유재석에게 말한 "내가 당신보다는 잘 할 것 같아"라는 반말투도 거부감을 주긴 마찬가지였다.
몇해전부터 등장한 자막은 TV시청의 집중도를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로드쇼…'뿐 아니라 많은 프로가 `국적불명'의 단어를 양산하고 있다. 또 방송에서는 사용하지 말아야할 비속어나 반말까지도 어느덧 예사롭게 쓰는 지경이 됐다.
이는 시청자를 붙들기 위해 제작자들이 보다 자극적이고 직격적인 표현에 의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재미도 좋지만 방송은 늘 교육적 기능을 염두에 둬야한다.
사전 한번만 뒤적여도 확인이 되는 맞춤법을 한시간짜리 프로에서 무더기로 틀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성의부족이라고 볼수 밖에 없다.
[이유현 기자 you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