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그루 산수유 꽃대결 '경기도 이천 백사면'
기사입력 2000년 04월 11일 14시 31분
마을에 들어서니 온세상이 노랗다.
흙담집 주변과 함석지붕 너머에도, 골목길 따라 동구밖까지 온통 노란 산수유 꽃 천지다.
마을뒤 산아래는 또 어떤가. 노란 파스텔 물감을 쏟아부은듯, 따스한 봄햇살을 받은 노란빛이 눈이 부실 정도다.
산수유꽃으로 둘러싸인 작은 공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얼굴에도 노란빛이 감돈다. 행복한 모습들을 화폭에 담는 화가들…. 한폭의 수채화같은 장면들이다.
`산수유 마을'하면 전남 구례 상위마을을 떠올리지만 수도권인 경기도 이천에도 산수유 마을이 있다.
백사면 경사리, 도립리, 송말리 일대 10만여평에 50만 그루의 산수유가 자라고 있어 매년 봄마다 노란 세상으로 변한다.
이중 산수유 원조마을은 지난 8∼9일 제1회 산수유축제가 열린 도립리 마을.
해발 680@ 원적산 아래에 자리잡은 50여 가구의 조용한 시골마을로 집집마다 골목마다 산수유가 심어져 있다. 심지어 가로수도 산수유다.
마을 뒤편 계곡과 산비탈을 따라 빼곡이 늘어선 산수유 나무마다 꽃이 만개, 꽃 속에 집이 있는지 집 사이로 꽃이 피어있는지 분간이 안될 정도다.
산수유 단지를 한바퀴 도는 산책로와 등산로도 조성돼 있다.
자녀 2명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이기평씨(35．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는 "서울 주변에 이같은 그림같은 마을이 있는줄 몰랐다"며 "도시생활에 젖은 아이들에게 정서의 샘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감탄했다.
이곳 산수유의 90%가 수령 100년 이상된 고목들로 이리 비틀리고 저리 휘어진 가지마다 유구한 세월이 느껴진다. 백사면 산수유가 화사함속에 고풍미가 담겨져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곳에 산수유 단지가 조성된 정확한 시기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지역이 돌밭이어서 밭농사대신 산수유를 심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수유가 하도 많아 조선시대 한양 선비들은 이곳을 찾아와 산수유 꽃이 핀 것을 보고 봄이 왔음을 알았다고 한다.
이천시측은 "전국의 산수유 열매중 30%정도가 이곳에서 생산될 정도"라며 "매년 3월중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 4월 중순까지 한달간 산수유꽃으로 장관을 이룬다"고 말했다.
X이천＝김순근 기자 skkim＠〉
▲볼거리
신둔면 사기막골에는 200여개의 도자기 가마가 몰려있어 생활용 자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동양 최대의 도자기 박물관인 해강도자기미술관(0336-634-2266)도 가볼만 하다. 백사면 도립마을에는 조선중종때 기묘사화를 피해 낙향한 여섯 선비의 충심이 서린 육괴정이 있다.
▲이천온천:30여개의 호텔과 온천에서 이온타트룸 성분의 온천탕을 운영하고 있다.
▲맛집: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린 이천쌀로 유명하다. 3번 국도 덕고개 주변에 이천쌀밥집(0336-634-4813) 등 쌀밥집이 몰려있다. 이천쌀로 지은 쌈밥정식과 밤, 대추, 은행 등을 넣은 영양솥밥(각 8000원)이 있다.
백사면으로 가는 도로변에 있는 오이오이 가든(0336-631-5252)의 한방오리 백숙도 별미다. 십전대보탕에 녹각, 당귀 등 7가지 약재를 넣어 끓인 물에 오리를 넣고 삶아 한약냄새가 은은히 풍기며 맛이 담백하다. 4∼5명분 한마리에 3만5000원.
▲가는길:3번 국도 서울∼성남∼광주를 거쳐 이천 신둔사거리앞 신둔삼거리에서 좌회전해 192번∼70번 도로를 이용한다. 영동, 중부고속도로 IC에서 빠져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