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재영, 두산전 연장끝 승리투수
기사입력 2000년 04월 11일 13시 45분
지난 9일 수원 두산전서 승리투수가 된 현대 마무리 위재영(28)은 사실 공이 좋지 않았다. 등판하기 전부터 몸이 별로였다. 투수들은 불펜서 몸을 풀때 벌써 딱 안다. `아, 오늘은 시원찮구나.'
그러나 4－2, 숨차는 리드. 8회 무사 2,3루서 위재영은 묵묵히 마운드에 올랐다. 희생플라이로 추격점수를 내줬고, 9회 3안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다.
맞상대는 지난해 시즌최다 세이브포인트 신기록을 세운 두산 진필중. 경기는 연장이다. 눈앞엔 그가 유난히 약했던 반달곰 강타선. 3중고 속에 `초보 마무리' 위재영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신고식을 치를 수 밖에.
`장타만 맞지 말자.' 시즌 처음으로 3이닝을 상대한 지구전이었지만 `시원찮은 공'으로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정신만 또렷또렷했다.
위재영은 별탈없이 넘긴 연장 10회에 진필중이 끝내기홈런을 맞는 바람에 승리투수가 됐다. 얼떨결에 첫승을 축하하는 동료들 속에서 위재영은 최영필을 찾았다. 그가 위기상황을 굳혀냈더라면 첫승을 따냈을 후배. 미안하다는 말은 묻었다. "다음에 멋지게 도와줄께."
그 경기서 위재영은 오히려 벤치에게 믿음을 줬다.
공은 기복이 있기 마련. 컨디션이 좋지않을때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힘이 벤치를 든든하게 하는 투수의 관록이다. "마무리가 때를 가려가며 출격할순 없잖아요. 늘 베스트를 맞추려고 노력은 하지만…."
마인드 적응이 확실한 유니콘스 마무리.
12일까지의 삼성 2연전이 고비라는 주위의 말에 딴소리다. "거기 뭐 무서운 타자 있나요?" 호기 하나는 끝내준다.
[수원＝이승민 기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