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존슨감독 '찬호에 특정포수 없다'
기사입력 2000년 04월 11일 13시 45분
LA 다저스의 데이비 존슨 감독(54)이 박찬호(27)에게 특정 포수를 지정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몬트리올전에서 박찬호의 공을 받은 후보 포수 채드 크루터(36)는 주전 포수 토드 헌들리와는 확실히 달랐다. 고비마다 마운드로 달려가 박찬호의 자신감을 북돋워줬다. 공의 배합도 상대 타선을 제대로 파악해 박찬호의 첫승에 크게 기여했다. 이 경기가 끝나고 박찬호는 크루터에 대해 아주 만족스러워했고, 현지 언론에서도 앞으로 박찬호의 경기에는 크루터가 계속 기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공격형 포수인 헌들리는 지난시즌 수술을 받은 오른쪽 팔꿈치 때문에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올시즌 공격력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송구력이 떨어진다.
메이저리그에서 특정 투수와 포수가 한 조를 이루는 경우는 가끔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컴퓨터 투수' 그렉 매덕스로 하비에르 로페스라는 발군의 포수를 놔두고 항상 에디 페레스라는 후보 포수와 호흡을 맞춘다.
그런데 "박찬호의 등판때 반드시 크루터를 기용하는 일은 없다"고 말한 데이비 존슨 감독에겐 속뜻이 따로 있다. 존슨 감독은 "찬호 정도의 투수가 특정 포수에게 의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본인의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어떤 팀이든 제압할 수 있는데 어떤 포수가 마스크를 쓰든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
시즌 초반이 박찬호에게는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박찬호가 제대로 역할을 해주어야 다저스도 살아난다. 존슨 감독은 현재 박찬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자신감을 되찾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다분히 의도적으로 박찬호 정도의 투수라면 어떤 포수가 나와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미 캘리포니아주)＝민훈기 특파원 hkmin＠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