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영 '타격왕 자존심 찾겠다'
기사입력 2000년 04월 11일 13시 43분
롯데 거포 마해영(30)의 방망이가 쭉 늘었다, 팍 줄었다, 아주 난리다.
연봉협상의 지체로 개막전에 빠지면서 마음이 급해져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까닭이다.
방망이보다 마음이 앞서면 제대로 맞을 리가 만무한 법. 마해영이 이처럼 뻔한 이치를 풀지 못해 애먹고 있다.
초반엔 너나없이 무릎을 치며 "과∼연"을 외쳤다.
1억4500만원에 사인한 뒤 몇 시간만에 나선 지난 6일 사직구장 LG전서 대뜸 2안타를 때려냈고, 다음날엔 LG 류택현으로부터 홈런까지 뽑아냈으니 다들 흥분할 만도 했다.
지난해 타격왕(0.372)에 오른 데다 담장이 멀고도 높은 사직구장을 홈으로 하면서도 홈런을 35발이나 쏜 그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출발이었는지도 모른다.
한데 그것으로 끝이었다.
8일 광주 해태전서 4타수 무안타로 타율을 왕창 까먹더니 9일 해태전서 또다시 3타수 무안타. 5할대에 있던 타율이 어느새 2할까지 주저앉았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으니 잘 안 맞을 밖에요. 빨리 욕심을 버려야 할텐데…." 김명성 감독의 한숨이 점차 길어지고 있다.
사실 타격폼이나 배팅타이밍과 같은 외형적인 것들이야 코칭스태프와 머리를 맞대가며 고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마해영의 병은 마음에 있어 약을 쓸 수도 없다. 그저 `마음을 비우라'는 주문만 할 뿐이다.
"마음이 앞서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걸 다스리기가 쉽지 않네요. 하지만 몇 경기 더 해보면 마음과 방망이의 균형이 맞아들어갈 겁니다."
하기야 방망이에 불 한번 붙었다하면 아무도 끄지 못하는 마해영이기에 부산팬들은 섣부른 비난을 자제하며 조용히 `대폭발'을 기다리고 있다.
[최재성 기자 kka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