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4개구단 눈물겨운 '손혁 짝사랑'
기사입력 2000년 04월 11일 13시 39분
감은 익을대로 익었는데, 언제나 떨어지려나.
해태로의 트레이드에 반발, 은퇴를 선언한 손 혁(전LG)의 거취를 둘러싸고 투수력 보강이 절실한 한화 현대 삼성 SK의 짝사랑이 눈물겹다.
마음같아선 돈을 얼마든지 들여서라도 데려오고 싶지만 먼저 나섰다가는 공연히 불난집에 부채질한다는 비난이 두렵다. 그렇다고 10승대 투수를 눈앞에서 놓치기는 너무 아깝다.
이제나 저제나 해태의 처분을 기다리는 처지지만 정작 해태는 손 혁의 임의탈퇴 시한을 못박아 놓은채 트레이드에 대해선 입도 뻥끗하지 않는다.
트레이드 질서를 감안하면 강경책이 순리. 그러나 손 혁의 재산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해태의 입장에서 임의탈퇴 방식은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한화 현대 삼성 SK가 손 혁이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믿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부적으로도 손 혁을 데려오기 위해 이미 상당한 액수의 트레이드머니를 책정해 놓은 상태.
나름대로 논리도 분명하다. 한화는 손 혁의 고향이 공주인 만큼 고향팀에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은퇴번복의 비난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명분론, SK는 전력평준화 차원에서 다른 팀이 양보해야 되지 않느냐는 현실론이다.
이 대목에선 현대와 삼성은 할 말이 없다. 다만 트레이드 방식이 돈이든 선수든 해태의 구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감이 먹음직스럽게 보인다고 무작정 나무에 오를 수는 없는 일. 자칫 줄을 댓다가 해태가 임의탈퇴를 공식발표하는 날이면 구단 이미지는 땅에 떨어질수밖에 없다.
처분만 기다리자니 속이 타고, 나서자니 주변의 시선이 부담되고. 이래저래 손 혁의 주가만 올라가게 생겼다.
[권정식 기자 jskw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