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김인식감독 목걸이-팔찌찬 이유
기사입력 2000년 04월 10일 13시 48분
두산 김인식 감독은 `멋'하고는 거리가 멀다.
외모에 신경 쓰는걸 무척이나 쑥스러워 한다. 지난해까지 각진 금속테의 `5．16 선글라스'를 끼던 김감독은 올시즌부터 날렵한 스포츠 고글을 애용한다. 그런데 선글라스 하나 바꾼 것도 겸연쩍은지 보는 사람마다 "산게 아니라 선물 받은것"이라고 묻지도 않은 말을 먼저 한다.
그런 김감독이 요즘 멋을 부쩍 부리고 있으니 희한하다. 오른쪽 손목의 팔찌가 웬일인가 했는데 목덜미에 반짝하는건 자세히 보니 목걸이다. 이게 또 남자들이 주로 하는 체인식이 아니라 콩알만한 유리구슬을 꿰어 만든거라 단박에 도드라진다. 아무리 안 그렇게 보려 해도 `아줌마 냄새'가 난다.
물론 이것도 수시로 옷깃을 끌어당겨 감추긴 하지만 단 한순간도 빼놓는 법은 없다.
`멋'으로 차는게 아니라서다. 수정 사이에 자석 구슬이 낀 이 팔찌와 목걸이는 통증 치료에 좋대서 일본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제품.
아니나 다를까, 몇년 묵은 양쪽 어깻죽지와 오른쪽 발가락끝 통증이 팔찌와 목걸이를 찬 이후 씻은듯이 나았다. 밤마다 트레이너를 불러 "아이고, 잘근잘근 좀 주물러줘"하던게 이제 옛날 일이다.
효과도 신통하지만 준 사람을 생각하면 더더욱 애착이 간다. 지난해 11월 한-일슈퍼게임을 위해 일본에 갔을 때 해태 수석코치 시절 `애제자'인 주니치 선동열이 "감독님, 신통한 물건이니 귀찮아 마시고 꼭 차고 다니십시요"하고 선물했었다.
개막 3연승을 달리다 시소게임끝에 현대에 2연패한 뒤끝. 이쯤 되면 어깻죽지가 돌덩어리가 됐을텐데 김감독은 `선동열의 선물' 덕에 아직 한번도 트레이너를 찾지 않았다.
[박진형 기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