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만든 영화 '매그놀리아'
기사입력 2000년 04월 09일 15시 03분
아, 이 영화가 진정 신의 손길을 거치지 않고,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영화란 말인가?
`매그놀리아', 나는 이 영화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아니, 저절로 그렇게 될 것이다. 오손 웰스의 `시민 케인'이 그랬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필션'이 그랬듯이, `매그놀리아'도 영화사에서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매그놀리아'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리노의 도박사' `부기 나이트'에 이은 세번째 장편 극영화다. 이제 29살의 나이에 만든 세번째 영화, 한마디로 대단하다. 20대에 신의 통찰력으로 , 저주받은 현대인의 은밀한 상처와 고통의 뿌리를 치명적으로 해부하고, 구원의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으니….
`매그놀리아'는 여러가지 면에서 새롭고 흥미롭다. 우선 이야기 전개방식이 지금까지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감독이 싱어송라이터인 에이미 만의 음악에서 영화를 구상한 만큼, 영화음악도 영상을 보조하는 역할이 아니라 살아있는 기능을 하고 있다. 마치, 그녀의 노래는 상처를 치유하는 `세례를 위한 성수'와도 같다.
톰 크루즈의 연기도 눈부시지만, 영화는 한명의 주인공에게 끌려가는 게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이 골고루 비슷한 양의 비중을 맡아, 인물의 성격화에 성공하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생생하게 묘사된 각 인물들을 살피는 재미도 있다. 영화의 다채로움은 마치 빛의 스펙트럼을 보는 것과도 같다.
이 영화는, 유명 TV퀴즈쇼가 진행되는 시간에 할리우드 근처 산 페르난도에서 하루를 보내는 여러 인물들의 상처와 고독의 신음소리를 포착하고 있다. 크고 작은 등장인물 11명을 빌어, 부모와 자식간의 애증문제, 세대간의 갈등, 계층간의 골 깊은 증오, 그리고 인간의 심연으로 뻗친 자기연민과 죄악을 통렬하게 파헤친다.
그러나 감독은 막다른 골목에서 화해와 용서, 죄 사함을 열어두고 있다. 늦기 전에 깨닫지 못하면, 고통은 계속될 것이라는 에이미 만의 노래 `와이즈 업'은 모든 인물의 절박한 감정에 젖어들어 열창하게 만든다.
마지막엔 고해성사가 끝나고, 재앙을 지나, 신의 은총이 감독의 손길을 타고 내린다.
(15일, 서울 명보 허리우드 강변CGV11 씨티 씨네플러스 동숭시네마텍 등)
[영화평론가 양윤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