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안방극장은 지금 바퀴벌레 대소동
기사입력 2000년 04월 09일 14시 34분
요즘 미국의 안방극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바퀴벌레 소동이 화제다.
TV를 시청하다 대경실색해 파리채를 찾거나 소리를 지르는 소동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텔레비전 수상기의 브라운관에 난데없이 바퀴벌레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라운관 위로 기어가는 바퀴벌레는 실제가 아니고 절묘한 효과를 내는 신종 TV광고로 미국 전역의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고 워싱턴 포스트지는 최근 보도했다.
문제가 된 바퀴벌레는 살충제의 TV광고가 방송되는 도중 브라운관 위를 어슬렁거리며 기어간다. 물론 이 바퀴벌레도 광고 내용중 하나. 그러나 벌레의 모습이 너무 실제같아 광고 내용에 든 것이 아니고 텔레비전 수상기 위로 기어가는 것처럼 시청자들을 착각하게 만든다.
수초후 모든 게 애틀란타 소재 오킨 페스트 콘트롤이라는 살충제 회사의 TV광고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러나 그 수초의 시간이 일부 시청자들에겐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어서 그 광고에 쇼크를 받거나 우롱돼 화를 내는 시청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메릴랜드주 그린스보로에 사는 연구소 기술자인 달린 세틀은 이 광고방송에 완전히 속아 넘어간 것은 물론 너무 놀라 잠든 이웃집 남자를 깨워 괴물벌레를 잡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 이웃집 남자가 문제의 벌레를 찾지못하자 그녀는 다른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두번째 이웃인 여성은 다행이 그 광고를 시청했기 때문에 세틀이 텔레비전의 이미지 때문에 소동을 벌이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인디애나주 코빙턴에 사는 레사 에퍼슨 역시 이 광고를 보고 대경실색한 시청자중 하나. 그녀의 가족은 마다가스칼 바퀴벌레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었는데 바퀴벌레집을 하필이면 TV수상기 위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그 안에 있던 새끼중 한마리가 밖으로 기어나온 것으로 착각해 대소동을 벌인 것.
탈라하시에 사는 매튜 리브스라는 남성은 샤워를 하고 나오던 도중 이 광고를 보고 대경실색해 타월로 TV수상기를 후려치는 소동을 벌였다고 오킨사에 이메일을 보내 항의했다.
300명의 놀란 시청자들이 이 회사에 편지와 전화를 통해 그 광고에 놀랐거나 개와 고양이들이 수상기로 돌진하는 소동이 일어났다고 항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수상기를 향해 모터사이클의 헬멧을 던진 여성을 포함한 두사람은 물건을 던져 TV수상기를 부숴뜨렸다.
광고에 나오는 바퀴벌레는 전형적인 미국의 바퀴벌레를 컴퓨터로 처리해 만든 실사로 25인치 수상기에서는 실제 크기로 보인다. 오킨사의 광고대행사인 월터 톰슨사는 바퀴벌레가 기어갈 때 벌레 주위를 약간 밝게 처리해 실제인 것처럼 착각토록 하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어두운 거실에서 이를 볼 경우 시청자들을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
월터 톰슨사의 마이크 롤리스는 전국에서 300명만 항의했을 뿐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 광고를 즐겼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일단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석광인 기자 ki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