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미국 유학생 (5)
기사입력 2000년 04월 09일 14시 24분
저녁식사를 마친 둘은 나이트클럽으로 자리를 옮겼다. 저녁 9시. 나이트클럽으로서는 이른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테이블은 젊은이들로 거의 차 있었다.
둘은 웨이터의 안내로 벽쪽 빈 자리를 잡았다. 맥주와 과일안주가 나왔다. 남은희는 맥주에 익숙한듯 잔을 곧잘 비웠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자 둘은 스테이지로 나가 춤을 췄다. `카사노바'의 춤 실력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게 당연하지만 남은희 역시 프로에 가까웠다. 여고 시절 치어리더를 했기에 춤이라면 빠지지 않았다.
둘은 흰색 계통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조명을 받아 형광색 빛을 발했다. 게다가 춤실력도 대단해 다른 젊은이들의 틈에서 튀어보였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둘의 춤추는 모습에 시선을 꽂고 있었다. 그럴수록 신바람이 나 더욱 흔들어댔다.
둘은 시간 가는줄 모른채 마시고 흔들기를 반복했다. 남은희는 그 재미에 집에 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밤 2시쯤 되자 윤명훈은 지친듯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힘들지요?"
"네."
"그럼 우리 나갈까요?"
둘은 윤명훈의 승용차를 타고 출발했다.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차는 부드럽게 굴러갔다. 남은희 역시 다음 목적지를 묻지도 않았다. 둘다 술에 지치고 춤에 지쳐 입을 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윤명훈의 차는 올림픽대로로 들어서 미사리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미사리에 들어서자 도로변은 온통 카페와 레브호텔의 네온사인이 수놓고 있었다.
윤명훈은 슬며시 남은희를 바라보았다. 지쳤는지 눈을 지긋이 감고 있었다.
"피곤하죠?"
남은희는 힘없이 웃으며 "네"했다.
"우리 어디가서 조금 쉬었다 갈까요? 운전하기가 어렵습니다."
"네, 그러실거예요."
윤명훈은 핸들을 틀어 골목으로 들어서더니 러브호텔로 들어갔다. 러브호텔의 주차장엔 발이 길게 늘어져 들어서는 차량을 가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종업원이 나와 키를 꽂아 놓고 내리세요"라고 했다. 차에서 내리자 다른 종업원이 "이리로 들어오세요"라며 안으로 안내했다.
남은희는 잠시 머뭇거리는듯 했으나 종업원이 재차 "어서 들어오세요"하자 윤명훈이 손을 잡아 슬며시 끌었다. 남은희는 분위기상 거부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판단했는지 발걸음을 무겁게 옮기며 따라 들어갔다.
프런트에서 숙박료를 지불하고 키를 받아 룸으로 올라갔다. 203호실. 계단 오른쪽 중간쯤에 있는 방이었다. 키를 열고 들어서자 방안에 불이 켜졌다.
더블침대에 부드러운 시트와 이불이 깔려있고 한쪽 벽에는 대형 거울이 붙어있었다. 불을 켜놓은채 거울을 통해 `감상'하며 성유희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것 같았다.
윤명훈은 서둘렀다. 샤워도 제쳐둔채 남은희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 키스를 퍼부었다. 샤워하는 사이 혹시 달아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쉬었다 가기로 했잖아요." 남은희의 작은 반발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것과 전혀 상반되는 반발을 윤명훈이 받아들일리가 만무. 윤명훈의 `작업'은 오로지 중단없는 전진 뿐이었다.
윤명훈의 손이 남은희의 몸을 더듬더니 침대로 밀어넘어뜨렸다. 둘의 몸에선 땀냄새가 진동했으나 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땀냄새를 맡을 겨를조차 없었다. 이윽고 남은희의 옷이 한꺼풀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불 꺼주세요."
윤명훈은 그것만은 들어줬다. 그리고 바쁘게 손을 놀렸다. 둘은 알몸이 돼 한동안 나뒹굴었다. 그리고 곯아 떨어졌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