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일 뒤엔 1등 스승이 있었다'
기사입력 2000년 04월 07일 15시 42분
"원정일의 뒤엔 1등 스승이 있었다."
지난해 10월에 데뷔한 애송이 원정일 기수(26)가 올들어 다승 8위에 오르는 등 맹위를 떨치는 것은 국내 최고의 기수 출신인 김명국 조교사(37)의 가정지도 탓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 조교사는 지난 96년 조교사로 승진하기까지 국내 최다승인 724승을 기록했으며 93년2월엔 필리핀 ARC(아시아경마회의)에서 아시아를 제패하기도 했다.
김 조교사는 원정일의 기수후보생 시절 장래성이 있음을 한눈에 알아보고 기수로 데뷔하자 스카우트, 최고의 기수로 양성하고 있다.
수시로 집으로 불러 경주장면 녹화 테이프를 틀어놓고 기승술을 지도하며 매주 금요일엔 출마표를 놓고 작전을 세운다.
"정일이는 두뇌가 명석해 판단력이 빠르고 순발력이 좋습니다. 그래서 선행마를 유도하는데 능숙합니다."
그러나 추입마에는 아직 서툴다. 하지만 김 조교사는 추입마 유도법을 쉽사리 가르쳐주지 않고 있다.
"추입마를 유도하려면 채찍질을 많이 해야 하는데 제가 채찍 사용을 못하게 하고 있지요. 채찍을 잘못 사용하면 기수양성소에서 배운 기본기가 흐트러질 우려가 있습니다. 채찍은 좀더 익힌 다음에 사용토록 할 예정입니다."
원정일은 금요일 저녁이 가장 즐거운 날이란다.
"다음날 경주의 작전을 세우고 나면 사모님이 특식을 장만해주시거든요. 저는 체중이 44㎏밖에 안나가기 때문에 마음껏 먹을 수가 있어요."
전북산업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뒤 기수로 입문한 원정일은 "모두가 조교사님 덕"이라며 반드시 스승을 능가하는 기수가 되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 조교사는 자상하면서도 엄격하다. "언젠가 불시에 역기 들기 내기를 해 내게 질 경우 각오하라"는 `엄명'을 내렸기에 원정일은 하루 2시간씩 헬스클럽에서 땀을 쏟아야 한다.
[이규승 기자 ho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