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울산 현대 '물갈이' 후유증
기사입력 2000년 04월 07일 14시 27분
올 초 30세 이상 노장 선수를 대부분 해외진출이나 이적, 은퇴를 시키며 대규모 세대교체를 단행했던 울산 현대.
시즌 첫 경기에서 신인들이 맹활약, 울산은 `젊은 피' 돌풍을 예고했으나 그것은 잠시 뿐이었다. 그다음 경기부터 3연속 무승에 무득점이라는 참담한 기록이 이어지며 이것이 무리하게 추진했던 `물갈이'의 후유증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남아있는 30대 고참들은 조 최하위로 처지는 팀을 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전과의 경기에서 GK 김병지(30)가 승부차기에서 선방,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졌고 지난 5일 성남전에서는 정정수(31)가 선취골, 김종건(31)이 결승골을 뽑아냈다. 특히 정정수는 이날 2호골을 성공시켜 현재 팀내 득점순위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해 팀 성적 추락의 1차 원인으로 고참들의 부진과 노쇠현상을 들며 이들에게 `방출과 은퇴'라는 칼날을 들이댔던 울산으로서는 곤혹스런 결과인 셈이다. 더구나 일본으로 떠난 김현석(32)이 J리그에서 5경기에 나서 3골 2AS라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고 수원에 새 둥지를 튼 이기범(30)도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 더더욱 그렇다.
결국 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나무를 잘라내 홍수를 맞은 격'이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구단 운영의 문제점이 터져 나오고 코칭스태프의 무능이 설왕설래했지만 이 모든 화살이 고참선수들에게만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팀 부진에는 선수들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구단 운영시스템의 문제점과 선수를 다루는 코칭스태프의 잘못은 없었는 지 곱씹어봐야하지 않을까. 항변 한번 못하고 `불명예 퇴출'을 강요받았던 고참들. 이제 이들이 `그때 그 눈물'을 골로 만들어내고 있는 이 모습을 구단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기철 기자 leek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