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롯데 기론의 행운 숫자 '34'
기사입력 2000년 04월 06일 14시 30분
`유니폼은 48, 모자는 34.'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롯데 투수 기론(28)의 등번호가 동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원래 기론의 등번호는 48번. 한데 최근 검정색 모자 양옆에 화이트로 34라는 숫자를 적어넣은 것이다.
이상하게 여긴 동료들이 거듭 이유를 물었으나 묵묵부답. 주위에서 집요하게 캐묻자 기론은 모자를 벗어 홱 집어던지며 화를 버럭내기까지 했다.
기론의 모자번호에 얽힌 사연은 주장 강성우에 의해 밝혀졌다.
34번에는 의외로 여러가지 의미가 들어있었다.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호세가 떠난 것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 그 첫번째.
`호세처럼 부산의 영웅이 되자'는 다짐의 뜻도 있었다. 지난해 호세는 팀내 최고인 36개의 홈런을 포함해 3할2푼7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어 부산의 검은영웅으로 떠올랐었다.
기론은 내심 34를 `행운의 숫자'로 삼아 종교처럼 떠받들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부적과도 같은 그 숫자에 대해 자꾸만 캐물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여하튼 34번의 신봉자가 된 기론이 올시즌 몇승이나 올리는지 한번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부산＝최재성 기자 kkac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