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올시즌 예감 좋다'
기사입력 2000년 04월 06일 14시 07분
이만하면 감히 `예감'이 다른 시즌이라고 말해도 된다.
현대 이숭용(29)의 서글서글한 얼굴에 오랜만에 활짝 뿌듯한 웃음이 번진다.
5일 대전 한화와의 2000시즌 개막전서 3회와 7회 두방의 홈런을 때렸다.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긴 기분좋은 코스. 각각 120@와 125@를 날아간 큼직한 아치다.
여기에 보태 행운을 떠올리게 하는 선물. 이숭용은 5일 숙소에 돌아온뒤 반가운 손님의 방문을 받았다.
평소 형처럼 따르는 `광수생각'의 히트 만화가 박광수씨가 반짝반짝 예쁘게 포장한 상자 하나를 들고왔다. 이숭용을 응원하면서 개막전을 지켜봤던 박광수씨는 줄줄이 `홈런폭죽'이 터진 7회, 가운데 담장 뒤쪽의 스탠드에 서있다가 이숭용의 홈런공을 주웠다.
치열한 레이스였지만 마침 적당히 관중이 빠진뒤였고, "기필코 숭용이에게 뜻깊은 선물을 주겠다"는 의욕이 남달랐으니 `지성이면 감천'격의 기적이 벌어진 결과. "이렇게 기분좋은 선물은 처음"이라며 이숭용은 벙글벙글이다.
왼쪽담장을 향해 줄기차게 불어댄 `홈런바람'이 주역으로 활약한 홈런쇼. 그러나 이숭용의 홈런은 질이 달랐다. 정확하게 맞혔고 가운데 담장을 쑥쑥 넘어갔다.
이숭용과 함께 현대 벤치 역시 곱절로 뿌듯했다.
박재홍－윌리엄스의 오른손 중심을 받쳐줄 왼손타자 한자리가 절실한 터. 심재학과 나란히 이숭용이 자리싸움에 나서주길 채근하던 참이다.
외다리타법을 포기하고 97년의 3할 타격폼으로 돌아갔다. 예감이 다른 2000시즌, 이숭용의 마음이 바빠졌다.
[대전＝이승민 기자 cjmin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