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박창수의 눈 - 용의 눈물
기사입력 2000년 04월 06일 14시 07분
옛날 어느 마을에 형과 아우가 있었다. 이 두 형제는 눈만 뜨면 하루 종일 싸움닭같이 싸움만 했다.
허구한날 싸움만 하는 두 아들들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없던 아버지는 어느날 아들들을 방으로 불러모았다.
그리고는 아들들 앞에 긴 나뭇가지 한 묶음을 내 놓고는, 각자 나뭇가지 하나를 반으로 꺾으라고 했다.
두 아들은 모두 쉽게 꺾었다.
그러자 이번엔 열 개를 한꺼번에 꺾으라고 했다. 그러나 두 아들 모두 힘을 아무리 주어도 꺾지 못했다.
묵묵히 보고 계시던 아버지는 "형제란 나뭇가지가 모인 것과 같은 거야. 힘을 합치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거지. 알겠느냐？"
서로 노려보던 두 아들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뒤부터 싸움을 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전래동화인 `나뭇가지의 교훈'이다.
조선왕조를 세운 이성계의 후계를 둘러싼 왕자들 간의 피비린내 나는 `용의 눈물'의 실제 모습을 최근 신문과 방송을 통해 `HYUNDAI'라는 단어와 함께 현장 생중계로 볼 수 있었다.
몽구, 몽헌 회장이 서로가 아버지의 재가를 받았다고 상반된 내용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다.
TV화면을 통하여 그동안 정들었던 집을 큰아들에게 물려주면서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왕회장'의 초라하고, 무표정한, 다른 사람의 부축없이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왕년의 王회장의 쓸쓸한 모습을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돈과 권력도 세월 앞에선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재벌의 변하지 않는 자리 물림에 왕회장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고 이러한 현대판 `용의 눈물'을 연출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여러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축은 대기업이다.
또한 외국자본과 어깨를 겨루고 경쟁해야 하는 주체도 바로 이들이다.
`HYUNDAI'는 일개 개인의 회사가 아니다.
`HYUNDAI'는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대표기업이다.
외국에 나가보면 거리에 지나가는 `HYUNDAI'마크를 단 현대 자동차들을 보면서 무한 긍지를 느꼈었는데 이번 일로 인해 현대가 보다 나은 모습으로 탈바꿈했으면 한다.
이 글을 마치면서 평생 청렴한 월급쟁이 공직자로 자식 여섯을 모두 대학에 보내주신 어느 아버지 생각이 난다.
당신 자신은 허름한 대포집에서 막걸리를 드시면서도, 자식들의 등록금은 꼬박꼬박 어김없이 내주시던 아버지！
우리들에게 생선을 주시지 않고, 생선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 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나이 사십이 넘어서 이제야 아버지의 고생을 알게 된 우리의 부덕이 가슴을 씁쓸케 한다.
[박창수 안과 원장 www.lasikclub.co.kr (02)3482-4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