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미국 유학생 (2)
기사입력 2000년 04월 05일 14시 19분
"그런데 전선생님은 왜 유학을 가지 않으셨어요?"
"가고는 싶은데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요."
"사실 저는 이번에 결혼상대를 구하려고 귀국했습니다. 부모님이 성화시거든요. 결혼해서 함께 미국으로 건너갈 생각입니다."
전영숙은 귀공자풍인 윤명훈에게 은근히 마음이 끌렸다. 둘은 그날 이후 수시로 만나 데이트를 했다.
전영숙은 윤명훈을 따라 볼링장도 가고 포켓볼 당구장도 갔다. 활달한 성격의 윤명훈은 못하는게 없었다. 당구도 잘 치고, 볼링도 잘 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췄다.
"못하는게 없으세요."
"미국생활은 사교가 중요합니다.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배운거지요."
윤명훈은 항상 외제차를 몰고 나왔다. 가난에 쪼들리며 살아온 전영숙은 돈을 펑펑 쓰는 부자집 아들인 윤명훈의 승용차에 올라앉을때마다 마치 신데렐라가 된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여의도 선착장 주차장에 세워둔 차안에 나란히 앉아 있을 때였다.
선착장 바지선의 레스토랑에서 안심스테이크로 저녁식사를 하고 난뒤였다. 저녁식사와 함께 레드와인을 몇잔 마신터라 둘의 얼굴은 적당히 빨개져 있었다. 선착장쪽은 가로등과 바지선에서 내뿜는 불빛이 화려했지만 주차장은 깜깜했다. 윤명훈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영숙씨, 우리가 만나는 이유가 뭐지요?"
"…"
"영숙씨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우리 결혼해서 미국으로 가서 함께 공부합시다."
미처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전영숙의 입술에 윤명훈의 입술이 덮쳤다. 전영숙은 몹시 놀라 손을 뻗어 윤명훈의 얼굴을 떠밀었으나 이미 윤명훈의 양손이 전영숙의 머리를 감싸고 있었기에 떨어지지 않았다.
전영숙은 이내 포기하고 입술을 받아들였다. 윤명훈의 혀가 전영숙의 입안을 휘저었다. 긴 키스였다.
둘은 차안에서 말없이 한강을 내려다보며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얼마를 그렇게 있다가 윤명훈이 전영숙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영숙씨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전영숙의 손을 꼭 잡았다. 전영숙은 손을 빼려 하지 않았다. 윤명훈의 입술이 또다시 전영숙의 입술에 포개졌다. 이번엔 전영숙이 거부하지 않았다. 둘은 서로 머리를 감싸쥐고 격렬하게 키스했다. 윤명훈의 프로포즈에 전영숙의 대답은 없었지만 받아들인 셈이 됐다.
그로부터 며칠뒤 전영숙을 태운 윤명훈의 승용차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아산호를 지나더 온양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5분쯤 달리자 왼쪽으로 아산온천 입구가 나왔다.
"어, 여기도 온천이 있네. 언제 생겼지."
"저도 모르겠어요."
"우리 한번 가볼까요?"
조금 들어가자 온천을 개발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조금 더 들어가자 이미 개장한 온천호텔이 우뚝 서 있었다. 깔끔한 새 건물이었다.
"우리 온천욕 하고 갑시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로 통하는 입구에 온천장 표시가 있었지만 윤명훈은 못본척 하고 프런트로 가서 물었다.
"온천물이 좋습니까?"
"국내 온천 가운데 물이 가장 깨끗합니다. 마셔도 괜찮습니다."
윤명훈은 숙박료를 지불하고 키를 받아 전영숙에게 건네줬다.
"온천장에는 사람이 많대요. 저는 그냥 온천장에서 할 테니 영숙씨는 룸에서 하세요. 욕실에도 온천수가 나온대요."
그리고 윤명훈은 지하계단으로 내려갔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