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여자야구선수, 안향미
기사입력 2000년 04월 05일 13시 42분
국내 최초의 여자 야구선수인 안향미(19)의 야구 열정이 식을 줄 모른다.
안향미의 아버지 안화상씨는 지난 4일 문화관광부 박지원 장관에게 장문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버지 안씨는 지난 2월 덕수정보고 졸업과 함께 진로가 막혀 괴로워하는 딸을 더이상 지켜볼 수 없어 탄원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딸의 성장과정과 야구인생을 진솔하게 써내려간 안씨는 "처음 향미가 야구를 시작했을 때는 `며칠 저러다 말겠거니'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세상의 편견과 부모의 반대를 뚫고 야구를 계속하면서 언젠가부터 그런 딸이 대견스러웠다고.
그러나 고교 졸업장을 받아든 뒤 딸의 꿈은 여지없이 깨졌다. 국내에는 여자 야구선수를 받아주는 대학팀이나 프로팀이 없었던 것. 몇몇 프로구단에서 형식적인 신인 공개 테스트를 가졌지만 딸을 진정한 선수로 봐주지 않았단다.
안씨는 "향미는 9년 동안이나 남자들의 틈바구니에서 굳건히, 또 훌륭하게 견뎌냈다. 또 자기 운명이라고 믿는 야구선수로서의 길을 걷기 위해 수많은 성적 장애물을 눈물나는 노력과 신념으로 극복해왔다"고 적었다.
또 안씨는 "한국 여자야구의 역사는 결코 여기서 중단될 수 없다"면서 "어린 딸에게 성적 불평등과 편견을 극복하는 희열을 맛보게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안씨가 박지원 장관에게 보낸 탄원서의 전문은 팬페이퍼닷컴(www.fanpaper.com〉에서 볼 수 있다.
[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