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선행 레이스'
기사입력 2000년 04월 04일 23시 44분
한방 넘길때 마다, 한베이스 훔칠때 마다 5만원씩. 차곡차곡 성금을 모아 수원지역 불우이웃 돕기에 내놓기로 했다.
국내 첫 40(홈런)－40(도루)에 도전하는 올해, 목표를 달성한다면 400만원의 성금을 모을수 있다.
"늘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는 박재홍은 "그라운드에서 얻었던 기쁨과 보람을 조금 더 어려운 사람들과 나눌수 있게돼 기쁘다"며 행복한 표정. 지난해부터 "이제 화려한 스타보다는 따뜻한 선수가 돼라"고 거듭 말했던 아버지(박윤영씨)의 은근한 권유가 박재홍의 결심을 부추겼다.
그동안 홈런과 도루, 탈삼진 숫자로 이웃돕기 성금을 모으는 야구스타들이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후원사나 구단의 성금 출연에 의존한 형태. 선수 스스로가 주머니돈을 꺼내는 경우 중에선 박재홍이 드물게 `큰손'을 뽐냈다.
홈런과 도루를 묶는 기록에 관한한 박재홍은 으뜸 재주꾼이다. 96년 국내 첫 30(홈런)－30(도루) 클럽을 열어젖힌 주인공. 프로 4시즌 동안 두차례나 30－30을 작성했고, 96게임밖에 뛰지못했던 97년에도 거뜬히 20－20을 채웠다.
체력에 자신있고 의욕이 넘치는 2000시즌,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라도 꼭 40－40을 달성하겠다"는 각오.
벌써부터 그의 따뜻한 레이스에 함께할 마음들이 들썩거린다. 구단은 연말 박재홍의 성금에 두둑하게 `성의'를 얹을 전망. 박재홍의 팬클럽 `사공사공(회장 강소희)' 역시 조만간 공동 통장을 개설해 성금을 보탤 계획이다.
[이승민 기자 cjminnie＠]